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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구름 Sep 16. 2023

40대를 준비하는 마음

경험편식가 Y씨의 일일



더 용감하게 움직였어야 하는데, 작년은 어땠나요?      



몇 십 년 전 들었던 안부 인사가 마음 언저리에서 이따금씩 맴돌았다. 단조로운 일상이 간절했던 것은 에너지 비축이 필요했던 날들의 최선이었다. 나의 내향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 나를 존중해 주는 것이기도 했다. 어느덧 30대 후반. 문득, 이런 내가 지겹게 느껴졌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얼마나 될까.



돌이켜보면, 고양이도 최초엔 무서운 존재였는데. 나는 그간 얼마나 많은 기쁨을 내던져 왔을까. 적당히 낡은 오래된 아파트, 비 온 뒤 갠 날의 공기 냄새, 늦여름의 풀벌레 소리, 오후 4시의 어스름한 햇살, 애착인형 나른이, 까르륵 지나가는 아이의 웃음소리, 주말 아침에 먹는 빵과 커피. 또 뭐가 있더라. 나는 앞으로 무얼 얼마나 더 사랑하며 살아갈까.      



초여름, 서핑을 했다. 하고 싶었는데, 하기 싫은 마음이 동시에 밀려왔다. 무엇이든 선선히 마주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안할까.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 사정없이 무너지는 균형감. 다시 올라타고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몇 번이고 올라간다. 짠맛이 들어와 눈이 따갑다. 다시 한다. 일어섰네? 느껴지는 찰나, 이내 넘어진다. 다시 파도를 맞으러 버둥버둥 걸어간다. 그렇게 반복하길 1시간. 아, 이제 더는 못하겠다.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비루한 몸뚱이를 이끌고 꾸역꾸역 돌아간다. 정신을 놓지 말라는 강사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방심한 찰나, 발등을 다치는 부상을 입고야 말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상흔을 보고 있노라면, 불편한 마음을 견디며 마구 흔들렸던 내가 생각나 어쩐지 으쓱해지는 것이다.     



더 용감하게 움직였어야 하는데, 어땠나요?라는 인사에 올해는 주저하지 않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경험 편식과 이에 대한 저항, 나다움과 이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주겠지. 낯선 것들에 한 뼘 더 다가가 바라보기로 결정하면, 미처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나다운 것의 넓이와 깊이를, 무언갈 사랑하는 마음을, 내 앞에 놓인 이 생을 더욱 다채롭게 일궈나갈 수 있으리라.



하늘님, 달님, 별님. 건강하게,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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