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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준 Jun 29. 2021

적막이 주는 편안함

혼자만의 시간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듣지 않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온종일 타인에게 둘러싸이다 퇴근 후 겨우 혼자가 되었다. 온몸 전체에 다른 이의 온갖 말, 감정이 덕지덕지 붙은 것 같다. 바깥의 일을 내 공간까지 들고 오고 싶지 않다.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 더욱더 고요함이 필요하다.     


고요함이 주는 편안함이 존재한다. 아무 말도 듣지 않고 아무 소리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눈을 감으며 숨 쉬는 것 이상의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비로소 나에게로 출근한다.     


일을 시작한 후부터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해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란 사람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쓴 만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마치 휴대폰 충전하듯이 혼자 있음으로 에너지를 충전한다. 집에서 홀로 묵언 수행하듯 조용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고요함을 즐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 더욱 어렵다. 퇴근 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가족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퇴근 후 출근인 셈이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고, 같이 밥도 먹고 TV도 봐야 한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면 가족들과 시간을 갖지 않는다며 가족들과 놀지 않는다고 은근히 서운해한다. 이럴 때면 독립이 가장 절실하게 떠오른다.    

 

독립이 간절한 이유는 홀로 적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세탁기, 청소기. TV 소음. 나도 몰랐던 가족들과의 저녁 약속 등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 시간을 스스로 계획할 수 있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를 맞이하는 적막. 그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 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질 만큼 예민한 육신이 고요함으로 사르르 부드러워진다. 고요함이 나를 감싸는 듯하다. 오늘도 수고했다는 것처럼.     


오늘도 적막에 둘러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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