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소한 Mar 08. 2020

keep going ON, BTS!

브랜드 파워에 정점을 찍은 방탄소년단의 원동력

그들이 모이는 곳, 그들이 하는 것에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주목한다. 내일은 또 어떤 기록을 다 해도 더 이상 놀랍지 않을 만큼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다. 사실 그들이 써 내려가는 히스토리는 내가 정확히 감 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크게 와 닿는 편은 아니다. (최초 타이틀, 유튜브 조회수, 앨범 판매량, 해외 차트인 등) 하지만 험난하기로 소문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데뷔 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 대해서 매우 관심이 많다. 이미 전문가들이 분석한 그들의 성공 이유는 차고 넘치게 많지만, 하나의 브랜드를 관찰하기 좋아하는 나의 개인적인 시각으로 쭉 지켜봐 온 그들대해 한 번쯤은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리고 신곡 'ON'으로 어느 때보다도 멋지게 활동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방탄소년단의 차별성은 무엇일까?




1. 방탄소년단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겠지만 요즘 아이돌은 못하는 것 없이 다 잘해버리는 '사기 캐릭터'다. 외모, 노래, 퍼포먼스, 연기에 송 라이팅까지. 방탄소년단도 이 모든 능력을 멤버들이 고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가수가 앨범을 준비할 때 컨셉, 곡, 의상 등 모든 것이 철저히 비즈니스 관점에서 기획 하에 진행되는 시스템이지만 방탄소년단에게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앨범 작업의 시작이 그들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라는 점이다.


나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의 앨범 수록곡을 귀 기울여 들어봤다면 누구든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누군가 '이번엔 이게 먹히겠어!' 해서 메시지와 컨셉을 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누군가가 쓴 가사를 그대로 소리 내어 부르기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에 발매한 방탄소년단의 앨범 'MAP OF THE SOUL : 7'의 수록곡을 살펴보면 그들이 느꼈던 내면적인 어둠과 두려움, 자신감, 친밀함, 앞으로의 다짐까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살펴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말이다. (방탄소년단전은 이전까지도 그래 왔지만, 이번 앨범에서 유난히 빛을 발한 느낌이다)



물론 자신들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래 역시 이야기를 바탕으로 멜로디를 붙인 산물이다.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 되는 진실된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을 감응시키고 열광하게 만드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확실한 일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작사/작곡에 활발히 참여하는 편이지만, 굳이 곡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를 자신의 안에서부터 찾는 일 자체가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런 형태를 지속할 수 있게 뒷받침한 기획사와 대표의 판단력이 빛났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인지, 이번 컴백 기자회견에서 멤버 지민은 자신들의 노래가 너무 좋고 우리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방탄소년단을 처음 접한 것은 노래였다. (물론 강렬한 퍼포먼스를 우연히 접하고 놀라긴 했지만, 그들의 저력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단단한 계기는 노래였다) 진로문제로 방향성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나 자신이 한심하고 스스로가 너무 미울 때, 사회생활 속에서 한없이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에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얻었던 경험이 정말 새롭게 느껴졌었다. 어디 나뿐일까? 10대, 20대는 물론 그 이상의 전 세대에까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존재. 사랑받지 못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2. 방탄소년단은 모두가, 지금도 노력을 지속한다


방탄소년단은 일곱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이 일곱 명의 멤버는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본업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카메라에 비치는 모습은 물론 그 밖에서도 그럴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노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매번 발전하는 모습을 결코 보여줄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댄스 전문 유투버의 말을 빌리자면, 살살 추어 느낌만 낼 수 있는 동작도 방탄소년단은 죽어라 춘다고 한다. 적당히 하는 법을 도통 모르는, 이를 악물고 춤을 추며 데뷔 7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들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분명히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모든 영역을 똑같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도 당연하다. 특히 데뷔 전 연기자 지망생으로 노래와 퍼포먼스에 큰 인연은 없어 보였던 멤버 진은 보컬 실력이 나날이 향상되어 점점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었고, 이번 앨범에서는 매력적인 솔로곡으로 나의 오랜 편견을 속 시원히 무너뜨렸다. (그래서 요즘은 진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 자신의 강점이 아니었던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나도 어쭙잖은 사회생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무언가를 위해 간절하게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이 멤버의 이러한 성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그룹이 흥미로운 점은 다른 그룹이나 아티스트와 비교하여 자극을 받는 것이 아닌, 팀 내에서 멤버들끼리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데뷔 초부터 곡을 직접 만들고 가사를 썼던 일부 멤버들을 필두로 각자의 솔로곡을 팀의 이름으로 발표하거나, 노래를 제작해 무료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햇수가 지나면서 곡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나머지 멤버들도 제작에 조금씩 함께하더니 어느새 이제는 프로듀싱 등 다양한 방식으로 멤버 전원이 자신들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서로가 발전할 수 있게 지지하고 믿어주는 그런 모습. 진정한 팀워크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3. 방탄소년단은 늘 함께한다


올해 여름이면 그들은 데뷔 7주년을 맞게 된다. 연습생 기간을 포함하면 10년에 가깝거나 그 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을 텐데, 아직까지도 멤버별 솔로곡 활동을 진행한 적이 거의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SoundCloud와 같은 음악 공유 플랫폼에 별도로 업데이트하는 개인곡을 제외하면 앨범에 실린 그들의 개인 곡도 모두 방탄소년단의 이름으로 발매된다. 당연히 그 솔로곡들로 방송에서 무대를 하지도 않고, 타 가수 프로듀싱이나 피처링 작업에만 개인의 이름이 붙는다. (솔로곡을 부르는 모습은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같다)


보통 데뷔 후 2~3년 정도 활동하고 실력과 인지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안정적일 때, 그룹의 멤버들은 각자의 솔로 활동을 통해 온전한 주목을 받는다. 지금까지 다른 그룹들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봐오던 사실이라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놀랍기까지 하다. 개인적인 예측이지만, 그들 스스로가 함께 있을 때의 파급력과 매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만큼 멤버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신뢰한다는 뜻은 아닐까? 솔로곡에 대한 자신들의 열망은 무료 음원으로 대체하며 각자의 색깔도 보여주면서, 앨범의 수록곡으로 포함시켜 앨범의 전체적인 퀄리티와 다양성을 높이고 있으니 이런 선택 역시 매우 똑똑하게 느껴진다.


활동 외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거의, 늘 함께이다. 함께 모여서 앨범 작업을 하고, 예능 방송도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그들끼리만 있을 때 나오는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화보 촬영과 방송 콘텐츠를 위한 여행은 물론, 전 세계로 월드투어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도 공연장에서도 무대 뒤에서도 그들은 늘 함께 있다. 리더 RM도 "각자의 솔로곡보다 우리가 함께한 단체곡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라고 한다. 이건 팀워크라는 단어보다 감정적으로 한 차원 높은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동질감을 유지하기 위해 멤버들도 서로의 관계에 있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함께하는 모습은 팬들로 하여금 '언제나 7명의 완전체'라는 안정감과 신뢰를 심어준다.




4. 방탄소년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재작년이었을까? 연말 시상식 단상 위에서 멤버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또르르 떨어지는 수준의 눈물이 아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의 오열에 가까운 눈물이었기 때문에 잊히지 않고, 그렇게 직접적으로 '힘들었다'라는 감정을 표출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보고 있던 나로서는 꽤나 충격이었던 것 같다. 도대체 저 일곱 명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멤버 제이홉과 진의 수상소감으로나마 추측을 해 본다.


"정말, 올라오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여러분들에게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실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에 매번 무대를 올라오기 전에 심장을 졸이면서 무대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진짜 저는 이 상을 받아도 울었을 거고 안 받았어도 울었을 것 같아요 올해는. 너무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었기 때문에, 꼭 보답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정말 감사드리고 지금 이 순간 같이 있는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올해 초가 생각이 나는데요. 올해 초에 저희가 되게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었어요. 저희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해체를 할까 말까' 고민도 했고. 근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돼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마음 다잡아준 우리 멤버들에게 너무 고맙고, 저희 항상 사랑해주시는 아미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에 방탄소년단은 K-pop 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초청받아, Top Social Artist 상을 수상하는 이변을 만들었다. 또한 연말에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성공적인 미국 데뷔 무대를 가지기도 했다. 멤버 진이 언급한 올해 초(2018년 초)라고 한다면 이런 빛나는 영광을 모두 거머쥔 직후가 될 것이다. 이번 앨범 수록곡에서도 '빛이 밝아질수록 그림자도 커진다'라고 표현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커다란 성공과 함께 자신들의 고통과 부담도 함께 커졌던 것 같다.


뜬금없지만 방송인 유세윤의 한 마디도 생각난다. '목표가 있을 땐 달려가면 됐었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에 '이제 뭘 해야 하지?' 하고 느껴지는 허무함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라고. 그런 걸 보면 어떤 사람이나 어떤 인생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원하는 대학만 바라보고 모든 것을 바쳐 공부했지만 막상 대학 입학 후 방향성을 헤매는 청춘들, 회사에서 장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일시적으로 드는 회의감에 무기력한 직장인. 모두가 아는 굵직한 대기업을 정년퇴직 한 뒤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중년까지.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고 동시에 평가받는 방탄소년단은 정신적으로 더욱 힘들었을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을 때, 동시에 가장 위태롭고 위험한 그 시기를 우리의 방탄소년단은 함께 이겨내었다. 그리고 이후 발매하는 앨범을 통해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자신들은 그 고통에 정면으로 맞섰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노래 'IDOL'과 'ON'에서 잘 드러나는 마인드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며 주저앉을 수 있기에, 방탄소년단의 이야기와 멜로디가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을까? 한 번 넘어져도 봤고, 앞으로 언제 또 넘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있기에 말이다.




이 글에서 열거하지 않은 아직도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그들의 브랜드 파워는 그들 스스로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나비효과가 아닐까 싶다. 자신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가수의 본질에 너무나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지금도 그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곤 한다. 앞으로도 이 일곱 명이 함께 만들어내는 인생의 행복과 즐거움을 관찰하며 살아갈 것을 약속하며, 오늘의 길었던 글을 마친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사는 '사람'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