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철 Aug 29. 2016

#02 <연애>

감정의 롤러코스터 탑승 후기

01 | 서른의 연애가 어려운 이유


30대를 흔히 '끼인 세대'라고 한다. 아래 세대 로부터 '노땅', ' 윗세대 로부터 '어른이(겉은 어른이지만 아직 어린이)' 취급을 받는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갤리온 출판사>의 저자 김혜남 박사님은 '젊음을 발산하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며 실질적인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해야 할 20대 중 후반을 심각한 취업난 때문에 책상 앞에서 보내게 된 게 안타깝다'라고 하였다. 그렇게 갑작스레 어른들의 사회로 내던져진 세대이다. 연습. 모든 중요한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서른의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대학 졸업 이후 '취업과 안정'에 삶의 우선순위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예행연습'없이 맞이한 서른 살의 연애는 서툴 수밖에 없다. 뭔가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어렵다. 또 이별했다.


02 | 단 열매를 같이 먹기까지


사회가 무언으로 정해놓은 때에 맞는 이벤트를 놓쳐버린 남녀의 연애에 관한 책 <연식 남녀> (오일리 스킨 저, 살림 출판사)은 연애에 서툰 이들을 응원한다.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알게 되어 주변의 참견 따위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나이에 만나는 인연이 진짜 일지도 모른다고. 인생의 유한함을 이해하고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느냐고. 하지만 실제 우리는 주변의 아우성에 조급해진다. '연애세포도 마르게 마련이고 그러면 평생 연애 못한다, 인연 만들기에 소극적이면 안된다, 언제 연애해서 언제 결혼하려고 하느냐'. 조급함을 만들어주는 치트키 같다. 이렇게 말하는 그들도 분명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심장이 고장 난 듯 뜨거운 사랑도 해봤겠고, 때론 가슴 시린 이별의 시간도 있었겠지. 어찌 보면 연애를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혼자인 사람은 그 관계에 있어서 '을'이 된다. '을'은 조급하고 위축되어 있고 소심하다. 사람 만나는 데 있어 소극적이고 때론 예민해지기도 한다. 관심을 다른 곳을 두면 '을'이 되지 않는다. 나에 더 집중하는 시기가 필요하다. 내가 행복해야 나와 같이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진다. 노력은 쓰고 열매는 달지 않다. 왜냐고? 쓴 열매만 먹어본 사람은 단 맛이 뭔지 모른다. 단 맛을 충분히 찾아가는 시기. 이런 시기에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 그런 시기에 사랑이 찾아온다. 그렇게 믿고 있다.


03 | 인연에서 연인까지


연애에 대한 정답은 없다. 맞다. 이건 서로 인정하자. 그런데 누군가 답이 있다고 한다면?(묻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매체에서 시시각각 전해주는 비현실적이며 가식적인 연애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현대 연애 백서를 넘어 바이블이 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은 그저 '기술'이다. 안타깝다. 분명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완벽한 기술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저 팁 정도라고 하면 그렇게까지 맹신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실제 주변 선후배 연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완벽한 타이밍, 조건, 이상이 맞아떨어져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이룬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예전에 SBS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에서 '전설의 89학번'이라는 주제로 서울예대 대표 89학번 '장진' 감독이 본인의 연애스토리를 이야기했다. 


'상대는 어느 순간 나타나는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옆에 있게 되고..

사랑이 어떤 기술이라면 그 기술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었겠죠.'


'픽업아티스트'라던지, '연애 팁'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잡다한 '기술'로 연애 '을'들을 홀리는 사람들에게 아직은 아날로그적이고 진실한 마음이 통한다는 진리를 말하고 싶어 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각적을 정량화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별거 아닌 듯 보이는 인연이 연인이 되기까지 그들이 지나온 여정은 우연의 연속이었을 거다. 정말 우연의 우연. 우연이 겹쳐서 만들어진 것이 인연이라 하지 않은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에게도 사랑은 있다. 모든 길에 끝이 있고, 바다 위를 헤매는 선박도 언젠간 항구에 도착한다. 출발선과 방법은 다를지라도 우린 언젠간 만난다.



04 | 연애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아직 미혼이라 종종 소개 자리가 들어온다. 10대, 20대 자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상대가 나오기 전까지 상상 속 그녀는 나를 위해 웃어주고 있지만, 종종 마주 보는 두 눈동자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대화 주제도 그렇고, 마음가짐도 그렇고 뭔가 좀 다르다. 정말 다른다. 마치 평가받는 느낌이랄까. 원하는 대답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번 만남은.. 모르겠다. 장담할 수 없다. 처음 만나 결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에 일단 연애의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곤 하는데, 자리가 자리이고 나이가 나이인 만큼 서로가 조심스럽다. 때론 상대의 감정을 잘못 읽어 의미 없는 시간을 앉아 보낸 적도 많다. 어떤 때는 상대의 감정의 높낮이가 달라 인연을 그르친 경우도 있다. 모두가 인연이 아니었다 생각하면 편하다. 정신 승리가 아닌 이상 트라우마는 반복된다. 불편하게 이어지는 인연이라는 감정의 매듭을 이제는 풀고 싶다. 영화 <스물>(이병헌 감독)에서 갓 스무 살이 된 친구들 중 한 명이 첫 짝사랑에 실패한 후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다.


'언제쯤이면 이 지긋지긋한 연애의 감정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애초에 사랑을 몰랐다면 좋았을 텐데,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의 감정의 하락은 때론 감당하기 벅차다. 내 첫사랑은 초등학교 시절 짝꿍이었다. 눈도 예뻤다. 그림을 참 잘 그렸다. 그중 풍경화를 참 잘 그렸다. 나도 그림을 좋아했다. 좋아는 했지만 잘 그리지는 못했다. 막상 그려놓으면 추상화 같았다.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 아무튼 그림 잘 그리고 피아노 연주도 잘하는 그 애를 좋아했었다. 짝꿍이 되는 날은 공부도 잘 되었다. 그러다 중학교에 가면서 헤어졌다. 그 친구가 많이 생각났지만 섣불리 앞에 나서지 못했다. 그 후로 난 비슷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첫사랑의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의무에 갇힌 듯하다. 그러다 사랑을 느끼는 상대가 있으면 행복했다. 헤어지면 한참 슬펐다. 이건 당연한 거다. 다시는 사람을 안 만나겠다고 다짐하건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숙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해방은 없다. 금요일 퇴근 시간 다시 안 할 것처럼 모든 일을 내던지고 다시 찾아온 월요일 아침, 주섬주섬 미뤄 둔 업무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비유가 거칠었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그렇게 다시 사랑을 찾아 나선다. 인생은 참 신기하다.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고 내림이 있으면 오름이 있다. 간절히 원하면 안 보이고, 내려놓으면 오히려 어느새 찾아오는. 그렇게 롤러코스터와 같이 오르고 내림을 반복한다. 어찌하란 말인가. 도대체 예상이 되지 않는다. 이래서 주식하면 망한다 하나보다. 그래도 다행인 건 30대가 되고 나서 기다림이 그렇게 지루하지만은 않다. 그저 즐기고 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역주행하지 않고 삶의 레일을 즐긴다. 감정이 매번 롤러코스터와 같이 오르고 내리지만 한 가지 진리만을 생각하며 즐기고 있다. 될 일은 된 다는 것. 언젠간 만난다는 것.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다는 것. 진심은 통한다는 것. 때론 따뜻한 봄날의 햇살과도 같이, 때론 추운 겨울의 고즈넉한 산사의 눈밭과도 같은 연애라는 롤러코스터. 내 맡기고 즐겨보자. 괜히 버티려다 굴욕 사진 찍히면 안 된다.



작가의 이전글 #01 <공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