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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Nov 27. 2016

본능적으로 추위에 대처하는 방법

지구별 연인 이야기

한 커플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공연을 보러 갔다. 깃속을 파고드는 앙칼진 겨울바람에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까지 단단히 동여맸다. 그녀는 그의 팔짱을 끼고 있었고,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몸을 한 팔로 안았다. 그러면서 다른 한 손은 내 주머니에 있었다. 실내에 들어오자 다소 따뜻해진 온기에 서로의 품을 벗어났다. 그들은 자기 자리를 찾아 나란히 지정된 공연 좌석에  앉았다. 제법 큰 규모의 공연장이었음에도 히터가 다소 약하게 틀어져 있어 다시금 외투를 입어야할 상황이었다.


"안에 들어왔는데도 추워..."

"그러게.."


추위를 감지한 그는 본능적으로 두 팔을 자신의 겨드랑이 밑에 껴 넣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두 팔을 뻗어 그의 품을 찾아 들어왔다. 


"야, 춥다하면 안아줘야지, 너만 따뜻하려고 하냐?"

"아, 그런가? 하하하"

"지 밖에 몰라가지고, 참"

"아냐, 이리와, 헤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그와, 관계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그녀.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는 지구별에서 각자의 의식으로 추위에 대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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