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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Nov 30. 2017

#17 <독립>

간섭과 조언 사이

01| 정신적 독립은 누가 판단해주나


취업을 하고 4년간 회사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와 살아보고 혼자 있어보고, 2년간 잠시 고향의 집에서 부모님과 있어보고, 이후 근무지가 복귀되어 3년째 혼자 살고 있다. 물리적인 독립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주말에 특별히 할 것을 찾지 못하고 괜스레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 생존신고라도 할 겸 종종 주말마다 왕복 320km의 거리를 다녀오곤 했다. 일요일 저녁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을 떠날 때쯤 항상 단골 레퍼토리같이 듣는 소리.


"차 조심하고, 밥 잘 챙겨 먹고, 아프지 말고"


몇 년만 있으면 내 나이 40인데, 아직도 저런 말씀을 하신다. 그럼 으레 나는 똑같이 대답해준다.


"네, 어머니도 차 조심하고, 밥 잘 챙겨 드시고, 아프지 마시고요."


몸은 떠나 있지만,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 서른이 되어도 자꾸 무슨 결정을 할 때 부모님이 신경 쓰인다. 혹시나 뭐라고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인다는 건 독립에 해당될까? 뭔가 내 인생에 결정이 필요할 때 부모님께 조언 정도는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후회를 할지언정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 그 책임도 내가 지고. 단순히 부모의 안녕을 걱정한다는 것으로 어른이 아니라는 판단은 아니다. 



넘어지면 일으켜주던 부모의 손에 주름이 들기 시작할 때 괜스레 서글퍼진다
 
 



02 | 내가 알아서 할게요, 실수하더라도


가끔 나도 부모에게 짜증을 부린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계속 걱정하고 반대하고 그러신다. 넘어져도 내가 훌훌 털고 일어나는데. 아마 그들과 다른 우상향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말 힘들 때 찾아가서 집 밥 한 그릇과 토닥임 한 번이면 되는데. 실패가 흔치 않던 시절에 살던 분들이기에 나의 실패는 큰 재앙과도 같게 느껴지실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실패가 당연하고 어느 정도의 관용이 흔해지고 있다. 실패담이 훈장처럼 여겨지는 세대다. 그만큼 살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부모의 직접적인 간섭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된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현세대가 상황을 더 잘 알고 있다. 특히 나와 같이 끼인 30대는 욜로(YOLO)와 IMF 세대에서 더욱 긴장감 있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래도 실패는 내가 한다. 어느 정도 머리가 자라나서 상황판단은 할 수 있다. 내가 알아서 해본다. 비록 실패를 보더라도. 그래야 안 해본 것에 대한 후회는 없으니까.


03 | 적당히 줄타기하자 


이제 주도적인 위치가 된 30대이지만, 그래도 어른 세대를 무시할 순 없다. 그들의 연륜과 통찰력은 정말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공학적으로 얘기하면 빅데이터가 겹겹이 두껍게 쌓여있다. 무언가 분석적이고 촘촘한 언어로 설명해주지는 못하지만 대부분 그들의 이야기는 맞다. 나중에 알았다. 무시하진 않지만 때론 그들의 통찰력에 입이 벌어질 때가 많다. 표현하는 방식이 서투를 뿐이지 나름 분야에서 독립을 이루신 분들이다. 어떤 날엔 간섭으로 느껴지지만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요즘엔 꼰대 되는 것을 스스로 조심하고 계셔서 많이 배려해준다. 그럴 때면 그냥 편히 말씀하셔도 된다고 해도 괜히 머쓱해하신다. 좋으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과 함께 있음이 다행이고 행복이다. 나도 언젠간 그들의 나이가 되겠지. 경험한 대로 말하고 인품이 된다. 종종 커피 들고 찾아가야겠다. 오늘 점심만은 김치찌개가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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