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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Dec 12. 2017

#18 <생존>

의심 없이 나아가기

01| 매일 아침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삐빅, 삐빅,......"

'벌써 출근 시간인가...?'



어김없이 정해진 시간에 알람이 울린다. 반쯤 눈을 떠 습관적으로 알람을 꺼보려 하지만 손에 잡히질 않는다. 이리저리 내저어 보고 이불을 뒤집어봐도 당최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 일단 몸을 일으켜 베개에 허리를 반쯤 기댄 채 방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요란한 소리로 핸드폰의 알람은 계속 울리고 있다. 귀를 따갑게 울리는 괴성을 따라 베개 밑을 들쳐보니, 핸드폰이 눈에 띈다. 

알람을 멈추고, 잠시 고요한 방안을 살펴본다. 코 끝이 다소 시린 겨울의 아침. 아직 주변은 어둑하다. 이불을 끌어 어깨 아래로 감 싸맨다. 같은 날의 반복이지만 왠지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 



'아차, 오늘 토요일이지..'




다시 이불속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안타깝게도 다시 잠은 오지 않는다. 베개에 머리를 대고 옆으로 누워 방안을 살펴본다. 침대 맞은편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 위에 어제 벗어놓은 바지와 셔츠가 팔걸이에 걸려 있고, 가방은 보기에 안쓰러울 만큼 바닥에 내팽개져 있다. 늦은 밤 일을 마치고 들어와 너무 피곤에 지친 나머지, 제대로 정리를 못했다.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온갖 잡생각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대부분 기쁘고 설레는 생각보다, 우울한 일이 다반사다. '나 잘 살고 있나',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사나', '언제 아침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예전에 재밌게 보았던 영화 <오션스 일레븐> 중 대사가 생각난다. 늦은 밤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앞에서 테스(줄리아 로버츠)를 미행하고 기다리고 있던 라이너스(맷 데이먼)가 러스티(브래드 피트)에게 질문한다.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든 적 있어요?
"응, 매일 아침마다"  


매일 아침 하루의 시작점에서 항상 고민한다. 고민이 얼마나 심하면 자살 충동까지 느껴진다 할까. 눈 떠서 사소한 선택들이 일상을 만들지만 과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나 스스로가 의심스럽다. 그래서일까? 때론 고요한 아침이 주는 시간이 오히려 어색하고 불안하다. 한 침대 광고와 같이 아침마다 웃으며 기지개를 켜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천근만근 지친 몸이 생각을 지배하는 아침이 일상다반사다.


그래도 세상은 우리(나)에게 '수고했다'라고 전한다. 위로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정신없이 시간에 쫓겨 하루하루를 보냈던 어제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볼까? 아니면, 안타까워할까? 결국, 바쁘게 보냈든, 아무 일도 없이 빈둥빈둥 보냈든,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수고했다'이다. 나름 그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여전히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고, 그렇게 생존하고 있으므로.




02 | 개와 늑대의 시간


해 질 녘, 석양 너머 언덕 위에서 다가오는 저 개가 나를 반기는지, 아니면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 건지 구분 조치되지 않는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더운 여름날 오후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낮잠을 잠시 자고 일어났다. 실컷 꿈을 꾸고 일어나 보니 주변이 뒤덮여 있었고 시계를 보니 7시였다. 학교에 가야 하는 아침시간인지, 저녁시간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행복은 종이 한 끝 차이라고 했던가. 학교에 지각했다는 걱정이 다행으로 바뀌었다. 때의 구분이 모호했던 그 순간 지옥과 천국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밥 짓는 냄새가 날 때면 부모님이 부르신다. 집에 가서 씻고 맛난 저녁을 먹고 배를 두드리고 있으면 너무 행복했다. 혼란 속에도 살아갈 방법은 인식을 달리하는 것이다. 


근래 일상이 분간조차 되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자. 푹 자고 일어났는데 그게 늦은 아침이건 늦은 저녁이건 그게 무슨 문제인가. 나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잘 일어났고 앞으로 할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의심하지 말자.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하든 해는 질 것이고, 아침은 또다시 찾아온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든 지나온 시간 속에서 분명 얻는 것은 있다. 나아가는 길에만 집중하자. 그렇게 생존하자. 오늘도 하루가 다 지나갔다. 오늘 일은 잊자. 다가올 아침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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