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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Sep 07. 2017

Oblivion(망각)

가슴으로 듣는 음악

Oblivion by Astor Piazzolla


지움의 깊이만큼 가벼워지는 시작


흔히 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가슴 아프고 시린 고통을 겪고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지 않을까.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면 세상을 살아가는 낙이 없어지고, 여름의 넓고 푸르른 바다는 좁고 고인 우물물 같아 보이고, 햇살조차 바늘이 되어 온몸을 찌르는 듯 예민해진다. 뜨거운 여름과도 같았던 둘의 사랑은 그 끝자락에 섰다. 그러다 문득 아침 바람이 아침 바람이 선선 해질 즈음 옷깃을 여미다 보면 잊힌다.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두면 자연스레 시련의 상처는 아문다. 상처는 딱쟁이가 되고 간지러워질 무렵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 사람과 여러 일 부대다 보면 상처는 무뎌진다. 그렇게 지난 사랑은 망각된다. 잊기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잊어야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가을엔 탱고를 들어야 해


가을이 왔다.

문득 바람이 차갑다 느껴질 때면 탱고 음악이 생각난다. 이유는 모르겠다. 탱고는 그렇게 빠른 템포의 곡도 아니고 춤사위는 남미의 흥을 비추어보면 그만큼 열정적이지도 않은데, 듣다 보면 가슴이 울고 있다. 스텝이 꼬이고 몸이 엉키면 엉키는 대로 그대로 탱고가 된다. 인생도 탱고와 같다. 시작이 어렵지 일단 발을 내디뎌보면 별거 아니라는 경험을 한 적이 많다.  


탱고는 뜨거웠던 여름을 잠시 식히는 데 좋은 음악이다. 마음도 잠시 쉬어야겠다. 새로운 일이 생길 거 같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말자. 그 또한 지나가고 힘들었던 기억도 지워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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