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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Mar 21. 2018

#20 <후회>

후회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01 | 시작하지 말아야 했다는 후회


오래간만에 내린 비로 세상이 빗소리로 가득해진 어느 오후.

창밖이 제법 어둑어둑해졌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라디오를 켠다.


"흩어진다. 우리가 나눴던 많은..."


유독 가사가 귀에 맴돈다.

제목을 찾아보고 가만히 앉아 가사를 천천히 읽어본다.


두 남녀가 우연찮게 만나 뜨거운 사랑을 한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어버린 찻잔과 같이 쓰디쓴 이별을 마주한다. 그 두은 끝 감정에 대해 담백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아님 그저 서로 장난이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서로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별의 이유는 없다.

해명은 허락되지 않고 다시 되돌릴 기회조차 없는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성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면,

감정오류라는 실수로 '설득'이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사랑은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된다.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래서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음에도 감정을 되돌릴 수 있다는 착각.

그 착각 때문에 항상 미련이 남는다.



비록 시작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몸과 마음은 비슷한 이성에게 끌린다.


02 | 미련, 후회가 주는 선물


미련은 남겨두면, 후회가 된다. 후회라는 소모적인 감정은 일찍 버려두는 것이 좋다. 돌이켜보고 만회해봤자(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상처가 지난 딱쟁이만 남을 뿐.


이리 붙여보고 저리 붙여봐도 들어맞지 않는 퍼즐 조각을 계속 붙들지 말고 맞는 다른 조각을 찾아본다. 어딘가 제 위치에 맞춰 지길 기다리는 인연을 과감히 찾아 나서는 것.


미련과 후회를 넘어 다음번 만남에 실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다만, 내가 든 퍼즐 조각이 딱 들어맞을 거란 확신이 든다면, 과감히 시도해보자.


실수를 경험해봤으니까. 실수는 상기할수록 관성을 더한다. 내버려 두자.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자. 내게 더 집중하자. 그리고 다시 후회하지 말자.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해주는 담금질이었다고 생각하자. 비가 내리면 옛 생각에 젖지 말고 부침개와 막걸리를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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