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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Mar 21. 2018

#21 <추억>

지난날의 나에게 하고 싶은 잔소리


01 | 어렸을 때 좋았던 기억은 지금도 좋다


연휴 첫날, 고향으로 올라가기 전 

빨래해 놓고 가는 게 다녀와서 기분 전환에 좋을 거 같아 이불을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마침 햇살도 좋아 빨래 널기에 좋은 날이었다. 이리저리 휙휙 이불 안에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향긋한 냄새가 차지하는 조용하고 은밀한 공간의 추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마당에 어머니가 이불빨래를 널어놓을 때면 난 밖에서 놀다 돌아오는 길에 그 안에 들어가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곤 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기대와 시선으로부터 잠시나마 멀어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깨끗해진 이불의 향도 좋았고, 따뜻한 햇살이 이불 안을 비춘 은은한 조명도 좋았다. 바쁜 일상에 정신없었는데 모처럼 여유가 내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왔다. 시간만 흘렀을 뿐, 나란 존재의 감성은 그대로이다.




02 | 미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그만 고민해


10대의 나에게 한 소리 한다. 

 

고민되면 일단 해봐!


20대의 나에게 한 소리 한다. 


부족한 게 불행한 건 아니야!


지금 30대의 지난날에 잔소리한다. 


그나마 다행이네, 많은 추억을 남겼지 않니?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잖니. 


아무리 힘든 날이 반복되어도 그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면 지금 보다 좋았던 기억만 남는다. 과거는 절대적으로 아름답다. 내가 조금만 젊었다면 음악을 시작할 텐데. 내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다면 그녀에게 고배해 볼 텐데. 그때 그 시절 내가 후회되는 일들은 모두 추억이 되어버렸다. 모두 좋은 기억들이다. 그만큼 성숙했다. 추억은 언제나 기분 좋다. 미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과거의 추억이 쌓여나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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