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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Apr 15. 2018

#22 <성격>

꼭 바꿔야 하나요

01 |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나


봄이 왔구나. 오래간만에 내린 빗소리가 듣기 좋다. 남들은 비 오는 날을 싫어한다지만 난 무조건 좋다. 괜스레 마음이 멜랑꼴리 해지고 조용히 차 한잔 마시면서 이래저래 생각을 하는 정적인 취미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 듣고,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다. 남들과 지내면서 느끼는 행복감보다 홀로 정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다. 사람을 만나면 억지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일거다. 


02 | 남들이 원하는 성격으로 바꿔야 하나요?


나는 성격이 60% 이상이 '내향적'이다. 10년 전 MBTI 성격 테스트를 할 때도 INFJ였는데, 지금 다시 해봐도 여전히 맨 앞은 'I', 내향적인 성격이다. 성격을 말할 때 보통 조용하고 생각하길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내성적'이라 한다. 성격은 방향이다. 무언가를 마주하거나 닥쳤을 때의 반응으로 특성을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갈 때 추구하는 성향을 봐야 한다. 따라서 내향이란 표현이 맞다. 나는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조용한 것을 즐기며, 음악이나 책 읽기 정적인 취미활동을 좋아한다. 스포츠는 주로 혼자 즐길 수 있는 수영이나 헬스를 즐겨한다. 남들과 소리 지르며 고함치는 그런 활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자연스레 연구활동을 선호했고, 그런 분야로 대학원까지 마치고, 엔지니어로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한 이후로 마찰의 연속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고, 설득을 하고 문제에 대한 분석도 마치기 전에 즉각적인 현황을 보고해야 했다. 나아가 소속 팀장은 적극적인 성격 이상의 행동을 요구했다. 이후로 사람들을 대할 때 거부반응이 생겨났다. 등에 땀이 나고 얼굴이 빨개졌다. 집에 오면 땀으로 젖은 속옷을 제일 먼저 벗는 게 일이었다. 더 이상 적응이 힘들어져서 팀을 옮겼다. 명분은 내 업무에 '긍정적인 단어가 없다'였다. 그러나 역시나. 위의 몇 분으로부터 좀 더 적극적인 성격을 갖추면 안 되겠냐 하는 주문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일을 펑크 낸 적도 없고 맡은 업무는 확실히 끝내 놓는데, 그분들이 볼 때 1%가 부족했나 보다. 

서른의 후반을 달려오면서 나도 많이 유연해졌다. 나에게 부정적인 사람을 절대 곁에 두지 않는다. 다만 적당히 거리를 둔다. 



03 | 내향적인 성격입니다만, 해치지는 않아요


나와 같은 성격은 성공에 방해가 되는가? 또는 사회생활에 있어 절대적인 약자가 되는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헤밍웨이, 마이크로소프트 전 CEO 빌 게이츠는 모두 내향적인 성격이다. 그러나 그들이 나와 다른 점은 그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억지로 맞추기보다 자기의 긍정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잘 활용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결과가 있다. 일본 세일즈 인원 100명 중 60% 이상은 내성적이란다. 다소 놀라운 결과다. 내향적 성격 탓에 뭔가에 집중하는 분야에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집중의 결과가 좋은 결정으로 이어졌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갑자기 내가 성격 호탕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만일 그런 때가 오면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이유에 대한 대 서사시를 읊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난 나이가 들어도 습관은 바뀌어도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모를까. 이렇게 성격이 굳어졌는데 정작 나는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일. 메타인지라고 불리는 객관적 관찰이 내 장점을 부각할 수 있다. 그러면 내 성격의 단점은 자연히 따라 올라와서 평균 이상은 될 것이다. 나의 성격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 봐야겠다. 성격을 '개조'하기보단 '개선'이 필요하다. 



웃음을 잃지 않고, 좀 더 신중하고 집중이 필요한 분야에 도전하는 일. 내향적인 성격을 핑계로 도전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은 불닭볶음면을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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