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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ul 22. 2018

#23 <속도>

몸과 마음의 속도는 반 비례하는 걸까?

01 | 오래간만에 운동을 했다

 

그간 살이 많이 쪘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 하니 무엇보다 운동화 끈을 묶고 현관을 나서는 게 제일 어렵다. 스무 살이 되고 처음으로 헬스장이란 곳을 가봤다. 집 근처 백화점 제일 꼭대기 층에 위치했었는데, 트레드밀 앞에는 통 유리로 되어있었고, 바로 아래는 수영장이 있어서 사람들이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수영장 옆에는 역시 큰 통 유리로 되어있어 아침에 햇살이 비추고, 길게 물에 비추일 때면 마치 해변에 온 듯한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로 그 경관이 너무 아름다웠다. 저녁에 해가 질 때면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튼 헬스장에 가서 아무런 지식 없이 트레이너 형 누나가 알려주는 대로 하나하나씩 하루의 스케줄을 완성하는 재미로 다녔었다. 간혹 호기를 부려 바벨에 눌려 잠시 곤혹을 치루기도 했었지만.. 그러다 어디선가 20대의 마지막 몸매가 평생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으로 일리 있는 말이었다. 운동 습관을 들이라는 얘기였다. 30대가 되니 마음은 언제라도 헬스장에 가서 땀을 뻘벌 흘리고 싶은데, 주어진 환경은 그러질 못했다. 매일 같은 야근, 스트레스, 저질 체력, 운동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내 몸을 현실에 내맡겼더니 어느 날 거울에 배가 불뚝 나온 아저씨가 한 명 서있었다. '이래선 안돼' 굳게 마음을 먹고 다시 시작한 운동. 매번 실패였다. 20대와 같은 스케줄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트레드밀을 40분 타면 어지럽기까지 했다. '습관이 중요하다' 너무 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매일 조금씩 무리하지 않을 정도만 하기로 했다. 조금 걷다가 땀이 나고 숨이 차면 잠시 쉬고, 2~3개 정도 간단하고 가벼운 무게를 들고 내리곤 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습관이 되고, 체력이 더 생기면 난이도를 더 올려볼 생각이지만, 단기간 내에 승부를 보려 하진 않을 거다. 


나도 내 몸을 안다. 이제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언제 내가 지치고 게을러지는지도. 그렇기 때문에 마음은 100km/h라도 먼 길을 내 보폭에 맞춘다.



02 | 아이유보다 5살 많은 지디(GD)가 해주는 말

 

요즘 해가 지고 어둑어둑한 밤이 되면 음악 한 곡 틀어놓고 책을 본다. 언젠가부터 '아이유'의 <팔레트(palette)>가 귓속에 맴돈다. 평소에 그렇게 찾지 않은 곡인데. 이렇게 마음이 먼저 찾을 때가 있다. 가사를 가만히 살펴본다. 아직 25세인 아이유. 내가 볼 땐 아직도 어리고 할 것도 많은 나이인데,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나 보다. 


지금 막 서른인데, 근데 막 어른이 돼
 

아직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려운 걸까? 난 내가 30살이 되면 인생이 끝날 것 같았다. 새롭고 좋아하는 걸 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는 나이. 서른. 무서웠다. 그래서 더욱 20대엔 치열하게 살아왔다.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친구들과 술자리도 거의 안 하려고 했다. 금요일, 토요일 아니면 술자리에 나가지도 않았다. 주말 아침이면 도서관으로 나섰고, 저녁이면 운동을 하고, 자기 계발서를 바이블처럼 지니고 다녔다.  그 모든 지난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으니까. 근데 막상 서른이 되니까 세상 무너지지 않더라. 세상이 흘러가는 궤도에 안착했다는 안도가 들었다니까. 


지난 아쉬운 일을 곱씹으며 다음엔 더 잘해야지 다짐을 하곤 한다. 

마음은 비록 과거를 향해 있어도 몸은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 같다. 나에겐 무엇이 편하고, 무엇이 불편한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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