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파먹기
요즘 책값이 장난이 아니다. 한 두시간내에 그저 편하게 볼 수 있는 분량의 책도 기본 만원이 훨씬 넘어간다. 보통 서점에 가면 책 두 세권은 사서 들고 나오는 방앗간의 참새와도 같은 습성이 있어서 4~5만원 정도 지불하곤 한다. 책 값은 아끼지 말라 했던가. 월급의 10%는 책 사는데 쓰라는 말도 있던데. 그런데, 내 통장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나름 아껴보려 중고서점도 들러보고 국립 도서관에도 기웃거려봤다. 중고서점은 책이 싸고 좋다. 나름 선방했다. 국립 도서관은 기한 내에 읽고 반납해야 해서 싫었다. 난 가끔 어느 책 구절이 생각나면 그걸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마음이 답답할 때 읽는 책도 있고, 지식을 채우기 위해 보는 책도 있다. 그때 그때 머리와 가슴이 시킬 때 책을 펼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나서고 며칠 바쁜 일상에 빠져들 때면 안 읽고 띠지 그대로 있는 책들이 이렇게 묻는다.
'난 여기 왜...있지?
이렇게 조금조금씩 쌓인 책이 내 기준으로 꽤 되는 듯 하다. 전체 대비 읽은 것과 안 읽은 것의 비율은 7:3이라고 할까? 그런데 요 '3'이 계속해서 신경이 쓰인다. 난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를 기준으로 책을 '읽었다'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거 다 읽으면 담에 저거 못 읽은 거 읽어야지' 하면서도 주말에 정신없이 놀다 보면 따끈 따끈한 신간이 책상위에 놓여있다.
'냉장고 파먹기'라고 아나?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다 소진할 때까지 식자재를 더 이상 사지 않으려 할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냉장고라는 매우 훌륭한 저장소가 있지만, 외면된 음식은 언젠가는 썩게 되는 법. 비싸게 구입한 식자재도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냉장고 안에서 썩어 버려진다. 내가 산 책들도 그렇다. 분명 좋은 의도로 산 것들인데 눈으로 읽히고 머리와 가슴으로 넣어놓지 않으면 그저 라면 받침대로 밖에 활용되지 않는다.
앞으로 현재 보유한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더 이상의 구매는 없다. 잭장도 정리하고, 내 지식의 맵도 그려볼 계획으로 하나하나씩 읽고 기록하려 한다. 전에 본 것은 다시 한 번 정리해보고 안 읽은 것은 꼭 완독을 해야 겠다. 책을 구매한 대략 시기와 읽고 안 읽은 이유를 서두에 남기고 시작하려 한다.
혹 이 매거진을 구독하는 당신은 이 작가의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져 있는지 궁금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