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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Dec 11. 2018

#27 <친구>

관계에 대한 유연한 정의


01 | 오랜 친구의 연락, 반가워


'깨똑!'

'잘 지내냐? 저번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는데, 네가 많이 생각나더라. 너 퀸 많이 좋아했잖아. 시간 되면 함 보자.'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 이후로는 별로 만날 일이 없었고, 간간이 연락하며 지낸 친구. 2년 전 후다닥 결혼하고 연락이 또 끊긴 친구. 별 의심 없는 마음에 내일 보자 했더니, '오케이'란다. 메뉴도 미리 정했다. 뜬금없이 20살 때 우리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두 어번 먹었던 '석화구이'. 지금 그 포차는 없어졌지만 친구는 그 날의 기억이 강렬했나 보다.

약속 장소에 나갔다.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이라 첫인사가 어색했지만, 예상을 깨고 우린 옛날로 돌아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도중 급하게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속 깊은 얘기. 그냥저냥 사는 얘기. 장소를 옮겨 커피숍에서 남자 둘이 종알종알 시간을 함께했다. 


30대에 친구들이 해오는 연락은 대개 결혼, 또는 보험 등 목적을 지닌 만남이다. 그래도 잊지 않고 연락하며 찾아준 친구가 고마웠다. 



02 | 친구의 정의


학창 시절 친구만 친구가 아니란 걸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달았다. 정작 힘들고 지칠 때 현 상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조언 또는 들어줄 사람은 소꿉친구가 아니라 직장 동료다. 내가 누구한테 까였는지, 내 행동이 잘 못된 건지, 그가 잘 못한 건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알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내 옆 자리 동료이다.

입사 초기부터 함께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동기들. 어찌 보면 은퇴까지 30년을 같이 해야 하는 친구. 때론 적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고민과 희망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너무 학창 시절 맺은 관계만이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정의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왜냐하면 30대의 앞에 사회라는 또 다른 학교가 펼쳐지고 어차피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란 정의가 학창 시절로만 정의하지 않는다면 회사, 동호회, 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맺을 친구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학창 시절의 친구만 '진정한 친구'라는 고집은 좀 풀어 두면 좋겠다. 


세상엔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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