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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an 07. 2019

#28 <피로>

피로도 습관이다

01 | 귀찮음과 피곤의 관계 

 

올해로 벌써 39살이다. 매거진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가 36살이었는데. 게을러서 많이 못 썼다. 글을 쓴다는 것이 아직은 어린아이가 도화지에 낙서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어찌 꾸역꾸역 일상을 끄집어내고 미화해서 써왔는데, 이제 1년만 더 지나면 마흔이 되어 자칫 잘못하면 꼰대의 글이 될 수도 있다. 글을 자주 안 쓰니까 심리적 부담감이 어느덧 피로가 되어버렸다. 항상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몸에 좋은 음식, 영양제, 운동을 해보지만 피로는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나이 탓을 돌리기엔 너무 억울하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심리적 부담감이 원인은 아닐까? 해야 할 일을 정해놓고 완료를 못 한 것에 따른 자책감과 부담감이 피로가 되어 돌아오는 건 아닐까? 신체적으론 아무 이상 없다는데. 내겐 어떤 처방이 필요한 걸까? 알려주세요. 나의 문제인지 사회의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02 | 쉽게 피로해지는 사회


어제는 피곤했고 오늘도 피곤하다. 내일도 피곤할 예정이다. 왜 이렇게 피곤에 찌들어 살까? 사실 피곤과 피로는 느낌이 살짝 다르다. 피곤은 '몸이 고단한 상태'를 말하지만, '피로'는 과로로 인해 몸과 마음이 금세 회복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서른이 되면서 피로에 가장 먼저 반응했고, 평생 싸워야 할 대상임을 깨달았다. 수많은 결정과 원치 않는 관계 속에서 피로는 누적되어갔다. 다행히도 우리 몸은 매우 과학적이어서 가끔씩 장염이 찾아와, 강제로 쉼을 강요받았다. 아프고 괴로웠지만 몸은 집에 있어서 고마웠다. 신체 나이가 젊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대부분 육체의 피로는 정신으로부터 온다. 결정할 것이 많아졌다. 선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보는 시각도 넓어지고 어느 정도의 물질적 풍요도 생겼고. 디지털 문명의 발달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도 관계가 넓어져 신경 쓸 일도 많아졌다. 복잡해진 사회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 서른이라고 이제 어른이라고 꽤 그럴싸한 대답과 선택을 강요받기도 한다. 난 아직도 20대와 같이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늘어만 가는 건 잠과 술이다. 퇴근 후 맥주 한 캔의 알딸딸함이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다.

 
03 | 잘 지내세요?


'... 글쎄요.. 잘 지내고 있는 걸까요?'

평소 공식 같이 튀어나와야 할 말이 잠시 입술에 멈췄다. 과연 나는 잘 지내고 있나? 그들의 안부 인사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는 것인가? 내 20대를 모조리 스펙에 투자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나이다. 그렇다고 소소한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는데 왜 이리 후회가 많은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후회로 잘 지내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더욱 피곤하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피곤함도 습관이다. 오마에 겐이치의 <난문쾌답>은 정답을 제시했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3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습관이 되어버린 피곤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려면 저 세 가지 중 하나는 해야 뛰쳐나갈 수 있다. 과거에 고통만 있었다면 현재는 다행이고, 

미래에 희망이 있다면 지금의 현실은 피로 가득한 하루의 연속이다.


푸시 킨의 시 한 소절처럼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실은 한 없이 우울한 것'임을 받아들이자. 몸에 좋은 영양제가 또 나왔다. 이건 사야 한다. 일단 먹어보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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