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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ul 06. 2019

캡틴의 방패를 갖고 싶다면

<회복탄력성> 김주환 저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퇴사를 결정하기 전부터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재 취업이 쉽지 않으니 그 기간 동안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갖고 싶었다. 또 위대한 업적을 만든 사람들의 평소 마인드도 궁금했다. 나를 성장하게 하는 규칙적인 습관도 만들고 싶었다. 


  막상 퇴사하고 나니 그런 의지는 흔들렸다. 예전에 장항준 감독이 TV의 한 예능에 출연하여 하셨던 말이 생각났다. 


'아내가 10일 간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주어진 혼자 만의 시간. 근데 막상 뭘 하려니 두려웠어요. 막상 자유의 빗장이 열리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하기 싫어진 거예요. 학교에 담이 있기에 애들이 넘는 거지 담장이 없으면 넘지 않을 거예요.'


  딱 맞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면 되고, 밥 먹고 싶을 먹으면 되고, 커피 마시고 싶을 때 마시면 되고, 그냥 자고 싶으면 자도 된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은 시간이 많으니 내일 해도 된다. 하지만 난 이러면 안 되었다. 성격이 목표가 없고 할 일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쉬더라도 계획이 있어야 한다. 


  남들 다 자고 있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밖에 나간다. 쓰레기를 버리고 집 주변을 걷는다. 한참 걷다 들어와서 평소보다 더 오래, 천천히 씻고, 아침밥도 해 먹는다. 커피 한 잔 들고 책상에 앉으니 8시다. 망했다. 잠들기 전까지 최소 14시간 남았다. 그래도 하루하루 습관이 쌓여갈수록 자동으로 뇌가 할 일을 척척 정해주니 잡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어 그거 하난 좋다. 전 보다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다.


  나도 가끔은 밖에 나가기 귀찮을 때가 많다. 그래도 꼭 1만 보는 채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1시간 이상 수영을 하거나 달리기를 한다. 정말 하기 싫을 때는 자신에게 말한다. '하기는 싫은데 그래도 내 인생에서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라고. 걷기를 좋아해 책 까지 냈던 배우 하정우 님은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러닝 머신에 올라선다. 매번 올라서기 힘든 체력의 한계나 게으름이 찾아올 때면 본인을 애 다루듯 조용히 타이른다고. 그렇게 해서 결국 러닝 머신 위로 발을 올려놓기에 성공한다고. 문득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은 반복적인 행위 속에서 그들만의 답을 찾은 걸까?


자기 전 맥주 한 잔의 유혹


  습관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이 크다. 좋은 습관은 본인을 성장하게 하고 긍정적인 신호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반대로 나쁜 습관은 본인은 물론 다른 주변인들까지 파멸로 이끈다. 나쁜 습관은 몸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자기 전 맥주 한 잔은 단 몇 분만에 짜증 나고 힘들었던 기분을 몽롱하고 알딸딸한 좋은 기분으로 바꾸어 준다. 상사의 핀잔, 동료와의 비교.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았던 기억 모두 맥주 한 잔으로 잊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급격히 올라간 기분은 다시 평소의 기분 상태로 돌아올 때 불쾌감을 선사한다. 

 

  사람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인간은 수 세기를 살아오면서 그렇게 생각하도록 회로가 구성되었다. 계속해서 그런 상황으로 본인을 이끌면 삶이 퍽퍽해지고 변화에 민감해진다. 본인을 탓하고 어떤 일에도 자신감이 없어진다. 경험으로 알고 있다. 


행복도 능력


  회복탄력성: 개인이 겪는 역경과 고난을 오히려 기회로 삼는 정신력

  '정신력', '정신상태'란 단어는 다소 거부감이 든다. 대부분 그 뒤에 자연스럽게 붙는 부정적인 어구 때문이다. '정신력이 형편없네', '정신상태가 썩어 빠졌어.' 한참 우리나라가 성장할 무렵 휴식과 쉼은 사치였다. 항상 달려야 했다. 힘들어도 쉬면 안 되고 오히려 그런 사람을 낙오자, 패배자로 낙인찍어버렸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언젠간, 그래 언젠간 내게도 좋을 날이 올 줄 알았다. 분명 좋았던 날도 있었을 텐데, 내 기억엔 안 좋았던 일들만 잘 기억난다. 다시 부정의 늪으로 빠진다.


  코트 위에 던져진 탱탱한 농구공처럼 다시 튀어 오르고 싶다. 근데 방법을 모르겠다. <회복탄력성>의 저자 김주환 교수는 스트레스에 강해지는 방법, 메인 디쉬(Main Dish)로 크게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기 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을 꼽는다. 그리고 애피타이저로 '감사하기'와 '운동'을 강조한다. 이 모든 게 뇌가 긍정적인 정서를 갖게 함으로써 자연히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행복도 능력이다. 공부가 필요하다. 


심리학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변화를 위한 사람들의 학문적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그전까지는 단점을 장점으로 끌어오리는 방법론에 주목해 왔다면 최근 들어(최근이라 하긴 시간이 꽤 흘렀지만) 접근 방법이 다소 달라지고 있다. 행복의 기본 수준을 위아래로 장단점 영역을 나누어 보면 단점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은 효과가 적다. 왜냐하면 사람은 쉽. 게. 안. 변. 하. 기. 때. 문.이다. 그래서 강점(장점)을 집중해서 키우면 단점은 자연적으로 따라올 수 있고 중간 정도는 하더라 하는 게 결과다. 


약점 보단 강점에 집중해보자

회복탄력성의 척도가 되는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자신의 강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좋은 방법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 자신의 강점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무료로 분석해주는 사이트가 있다. 영어로 되어 있지만 검사할 때는 한국어가 가능하다. 


https://www.viacharacter.org


참고로 내 강점은 '겸손과 겸양'이란다. 그래서 이렇게 겸손히 글을 쓰고 있다. 그 외에 부수적으로 갖고 있는 강점들을 순위를 매겨 알려준다. 

-나의 강점 리스트-

  1. 겸손과 겸양

  2. 심미안

  3. 용서와 자비

  4. 판단력

  5. 진실성 



토르의 망치,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내 것으로


  어렵게 강점을 찾았고, 이 책의 작가의 제안대로 환경을 탓하지 말고 내가 할 일에 집중, 감사와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도 종종 한다. 식탐이 생기면 '아 내가 지금 외롭구나, 그래서 먹을 것으로 해결하려 하는구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내가 힘들구나, 밖에 나가 걷자'. 행동이 나를 정의한다고 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관찰자 시선으로 나를 대하면 어떤 부정적인 상황이 주어져도 충격은 덜할 것 같다. 세상은 지금까지 안 좋았던 적이 없었다. 그렇기 생각하기 때문에 안 좋았다고 하는 거 아니겠는가. 


  책의 많은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밑줄 치고 외우고 싶은 문장들이 많다.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꼭 소유하고 싶은 책이다. 


  혹시 삶이 잘 안 풀리고 답답한 기분이 든다면,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본인의 강점도 확인해보고, 책에 나와있는 실천방안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게 어떨지. 분명 행복 수준을 높여주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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