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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ul 29. 2019

방향을 잃은 그대에게

<돌파력> 라이언 홀리데이

잠시 멈춰 있을 뿐


  삶이 단조롭다. 아침 햇살이 얼굴을 비빌 때 즈음 일어난다. 스트레칭을 하고 양치를 하고 산책을 나선다. 분명 어제 본 풀들인데 매일 새롭다. 산책을 마치고 시원한 찬물을 끼얹고 나면 9시 즈음된다. 아침은 먹지 않는다. 새벽에 출근할 때도 쓰러지지 않을 심정으로 의무감에 꾸역꾸역 입속에 집어넣던 날이 있었던가 싶다. 책을 챙겨 들고 가방을 메고 현관 앞 엘리베이터에서 선택을 한다. 

  '시험공부하러 도서관에 갈까?'

  '아님, 커피 한 잔 마시러 갈까?'

  '오래간만에 조조 영화나 보러 갈까?'

  '점심은 뭐 먹을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할 때면 방향을 정한 상태다. 그런데 오늘은 문이 열렸는데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겠다. 어딜 갈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다시 집에 들어가긴 싫다. 해질 때까진 밖에 있어야 뭔가 보람찬 하루를 보낸 거 같다. 문이 다시 닫히고 난 열림 버튼을 눌렀다. 또다시 닫히고 열림 버튼 누르고. 아마 위에선 뭔 일 났나 하며 답답해할 테지. 큰일 났다. 방향을 잃어버렸다. 나 어디로 가야 하지? 


  다들 분주히 어디론가 가고 있다. 출근을 하는 사람일 수도, 학교에 가는 사람일 수도, 학원에 가는 사람일 수도. 모두 바쁘다. 그래도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있다. 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잠시 멈춰있을 뿐인데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스토아 철학,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고대 로마제국의 5 현제(전성시대를 이끈 5명의 명군이라 한다) 중 한 명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전장의 한 복판에서 조용히 펜을 꺼내 들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담담히 기록해 나간다. 적과 아군이 힘겨루기를 하는 다급한 상황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글을 써 내려간다. 곧 펜을 내려놓고 명령을 내린다. 이번에도 승리다. 금욕과 절제로 대표되는 '스토아 철학'을 몸소 실천한 그는 후대에 <명상록>을 남겼다. 그 누구에게 읽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쓴 글이었다. 조여 오는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고 유혹으로부터 오는 나태와 타락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돌파를 위한 3단계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 작가의 <돌파력>(심플라이프, '17.4.28)은 어디로 갈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내 앞에 나타났다. 사람은 어떤 소망에 진실, 간절하면 결국엔 그 일을 이룬다. 실제로는 결과보다 과정에 기회가 주어진다. 도서관 구석에 꽂혀있던 이 책이 눈 앞에 들어왔다. 


출처 : 예스24


  돌파력.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원제는 <The Obstacle Is The Way>. 직역하면 '장애물은 길이 된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다. 앞이 보이지 않고 바로 발 밑에 가시덤불이 있다면? 찔리고 힘들더라도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길이 나오니까. 


  작가는 고대 스토아 철학의 주요 키워드인 '절제'와 '금욕'을 실천한 위인들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3단계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인식, 행동, 의지다.


  인식은 현재 처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직시하는 단계다. 다음으로 행동을 통해 열정과 창의력으로 실제 장애물을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도전과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노하우가 쌓여있어 내적 자아가 성숙해진 상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바로 '행동'이다. 몸이 느슨하고 마음이 단단하면 용기가 생기지만, 반대면 나태해지고, 둘 다 단단한 상태면 조급함이 생긴다. 조급함은 일을 망치는 중요한 레시피다. 



장애물이라는 선물 보따리


  살면서 만나게 되는 숱한 시련과 고통은 예측 가능하다. 신이 인간에게 '실수'라는 죄를 선물했고, 인간은 스스로 위기 대처 능력, 즉 '불안'이라는 감정을 발달시켜 왔다. 그래서 상황을 주시하고 발생할 문제점을 사전 제거할 수도 있고 또는 미리 예방할 수도 있다. 어차피 운명은 처절하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 


  철학의 핵심은 행동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각이 몸을 지배하지만 행동은 '나'를 결정한다. 앞으로 발생할 문제점을 분석하고 철학적으로 사유했다면, 바로 엉덩이를 들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 참고로 엉덩이와 생각의 무게는 비례한다. 


  난 지금 방황할 때가 아니다. 일단 움직인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커피숍에 달려간다. 한 여름 햇볕이 따갑지만 오늘 할 공부를 끝내고 오겠다는 생각만 한다. 하루를 열심히 보냈는데도 마음이 공허하고 자꾸만 뒤로 처진다는 생각만 하는 분들. 한 손에 펜을 들고 한 줄이라도 써보는 게 어떨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일단 머릿속 흐트러진 생각을 흰 종이 위에 보이도록 펼쳐놓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장애물은 어찌 보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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