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철 Aug 18. 2019

오늘 점심은 혼자 먹겠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나코시 야스후미

  오전 내내 치열했던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점심시간. 한바탕 전쟁을 치른 직장 동료들과 다시 우르르 모여 점심시간 2차전을 치른다. 빨리 식당에 가야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커피도 마시고, 한 숨 낮잠도 잘 수 있다. 시간이 좀 남으면 산책도 할 수 있겠지. 시간이 더 남아 있다면 책도 조금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왜 매번 좀 쉬려 하면 점심시간은 한 겨울의 정전기 보다도 짧게 느껴지는지.


  그 날은 날씨가 좋았다. 조용히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을 맞고 벤치에 앉아 책도 보고 싶었다. 근처 공원을 홀로 찾았다. 샌드위치를 하나 사고 벤치에 앉아 천천히 씹어 삼켰다. 야채, 고기, 빵 각각의 맛을 천천히 즐겼다. 새가 짖고 가끔 풀벌레 소리만 날 뿐 고요함과 여유가 낮게 깔린 공원의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누구보다 더 긴 점심시간을 보내고 왔다. 


  점심시간을 함께 해야만 했던 동지들과의 공간적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편안함과 에너지로 채웠던 경험이었다.



우리는 왜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바쁜 업무를 해내고 사람을 만나며 방전된 에너지는 어디에서 채울 수 있을까? 친구와 수다에서? 도움이 되긴 한다. 그러나 그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데 또 다른 에너지를 사용한다. 쇼핑은 어떤가? 만능 카드가 없는 이상 한계가 있다. 한도도 있고. 현실을 박차고 나오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 소속감에서 잠시 벗어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는 무리를 떠나 자유를 찾고 싶다. 마치 동물원의 사자가 아프리카의 초원을 그리워하듯. 그러나 우리가 속해있는 무리를 떠나면 괜스레 불안해진다. 그들이 정한 규칙과 행동, 사고 양식에 맞춰야 소위 말해 '튀지 않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나코시 야스후미는 이러한 현상을 '과잉 적응'이라 정의한다.


p.43 내 몸과 마음을 망가트려가면서까지 집단의 요구와 기대에 맞추려는 심리를 나는 '과잉 적응'이라고 부른다.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본인의 마음' 때문이다. 현실이란 '그 사람의 마음에 비친 실제 모습'이며 스스로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가 아니다. 현실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는 무리가 정해놓은 양식을 따라야만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기에 집단을 떠나는 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남에게 잘 보여야만 나에게 이익이 있기 때문에 소속에 대한 집착은 심해진다.


사람으로 위로받고 사람 때문에 상처 받은 나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을 '못 끊는' 이유는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해결할 수 없음에도 일단 도움을 자청한다. 도움이 되지 못하고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그러한 행동과 사고가 내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안타까운 현상에 대해 저자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그 사람의 문제는 그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소속감이 주는 편안함이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방전된 에너지는 진정 혼자 있을 때 제대로 된 충전 효과를 갖는다. 사람은 위대한 동물이다. 스스로 치유가 가능하다. 또한 앞으로 살아갈 에너지 동력원을 자유의지로 찾는다. 집단 속에서 상처 받은 마음은 절대 그 테두리에서 해결 불가능하다. 그들도 각자의 문제가 있고 다른 사람을 절대적을 돌봐줄 의무도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힘도 부족하다. 집단 밖에서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이유다. 



솔로 타임을 잘 활용하는 방법


  앞서 언급한 방전된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으로 돌아가 보자. 늦은 밤 편의점에서 산 맥주 한 캔이 달래줄까? 넷플릭스의 영화 한 편이 대신해 줄까? 맥주 한 캔이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좋다. 영화 한 편이 주는 메시지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울림을 주었다면 그것 또한 괜찮다. 어렵게 시간을 낸 솔로 타임인데 오로지 나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안타깝게도 매번 우리는 무리를 떠나 혼자 살아가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저자는 본인의 에너지 충전의 한 방법으로 남을 도우라고 한다.


p.222 혼자라고 생각할 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배려라는 커다란 마음의 벽이 있기 때문이다. 집단의 평가에 집착하는 사람은 배려도 하나의 평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람은 어차피 혼자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삶에 겸손해진다. 집단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때론 조금 용기를 내서 홀로 있는 시간을 새로운 손님을 맞이해 보자. '일 잘하는 사람', '씩씩한 사람', '착한 사람' 등 사회가 요구하는 '캐릭터'에 몰두하다 보면, 다시 말해 좋은 모습만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억눌리지 말자.


집단의 평가는 사실상 인생에 아무 의미가 없으므로.     



매거진의 이전글 방향을 잃은 그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