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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Aug 23. 2019

#1 패자의 늪에 빠지는 이유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


  모든 인생에서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대부분 불안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선조님들께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물려준 '불안 유전자'는 죽음을 떼놓고 인생을 생각할 수 없게 하였다. 그런 불안이 있었기에 그 기반 위에 '철학(Philosophy)'이라는 강력한 삶의 지침을 세웠다. 때론 문제에 직면했을 때 수학의 공식처럼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다면 최소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법칙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교수는 살아가며 많은 내담자와 논문을 통해 인생에서 주로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문제가 발생하는 법칙 12가지를 정리했다. 


  그런데 왜 하필 12가지일까? 11개, 13개도 아니고. 예수를 따르던 12제자에서 영감을 받은 걸까? 그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저 유추할 뿐이다. 일 년은 12개월, 12시간 단위, 12 지상. 어쩌면 이 숫자는 완벽에 가까운, 완성을 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다시 책을 리뷰해보자.



굴뚝새와 바닷가재 이야기


  굴뚝새는 생김새와 달리 영역에 집착하는 동물이다. 자기가 만들어놓은 둥지 곁을 어슬렁거리는 존재가 있다면 사정없이 큰 소리로 울며 난리를 친다. 바닷가재 역시 영역에 집착을 하는데 죽음을 각오하며 다른 수컷들과 싸워 승자의 지위를 얻는다. 싸움에서 진 바닷가재는 뇌에 패자의 회로가 새겨진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뇌는 기억에 있어 망각과 재형성의 과정을 거치는데 약자에겐 약자의 뇌가, 승자에겐 승자의 뇌가 만들어진다. 약자가 승자가 되기 위해선 완전한 해체와 재형성의 기간을 가져야 한다.



진화는 보수적


  대개 기분이 좋으면 일도 잘 풀린다. 만나는 사람들도 긍정적이고 짜증 날 법한 일도 그냥 넘겨버릴 수 있다. 마치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된 듯하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이런 기분에 빠질 때면 세로토닌 분기가 높고 옥토 파민은 낮은 상태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그 관성은 가속된다. 한 번 탄력을 받은 자신감으로 모든 일에 대해 낙관적으로 된다. 반대로 우울한 사람은 세로토닌 분비가 적은 상태다. 불안이 많고 매사에 걱정이 많다. 오히려 이런 점은 생명체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이긴 하다. 문제는 진화론적인 입장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성격을 가진 생명체는 쉽게 도태된다. 한 마디로 승자에 좋은 먹잇감이 된다. 

  피해자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억의 해체와 재형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보면 아예 싸울 생각이 없어진다. 무기력에 빠진다. 매일 아침과 저녁 베갯속에 얼굴을 묻고 눈물과 함께 덜덜거리는 가슴을 부여잡는다. 이러한 사람들은 또한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부정적이다. 정의를 위해 내뿜는 '분노'조차 자기 검열의 대상으로 삼기 쉽다. 



슈퍼맨이 멋있어 보이는 이유


  패자는 싸울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패자에 손을 내밀어주는 경우는 드물다. 여기서 오해를 미리 언급하자면 사회적 약자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우리가 경쟁을 피할 수 없듯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고 승리를 움켜쥐려면 승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의도적이든, 의식적이든 승리자가 되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 이전에 기억은 해체와 재형성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여러 자기 계발서에서 주로 말하는 내용은 작은 목표를 세우고 반복적인 일을 하라고 충고한다. 소소한 목표라도 일단 성취하고 나면 승리의 기억이 새겨지고 반복적으로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 자신감이 가속화되어 큰 목표도 이룰 수 있다 한다. 원래 거대해 보이는 성취들은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고 작은 성공들이 모인 것에 불과하다. 

  불필요한 고민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더욱 가치 있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생각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모든 행위들을 습관화, 자동화 해 놓으면 편하다. 더욱 몸을 움직이고 패자가 될 법한 생각의 싹을 자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깨를 펴고 당당히 서는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승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다. 

  슈퍼맨이 팔짱을 껴고 두 다리를 벌려 서있다. 우리가 영웅의 모습으로 그를 기억한다. 간혹 어떤 분은 팔짱을 낀 이유는 가슴을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슈퍼맨은 상당히 치밀하다. 사람들의 존경과 든든함을 보이기 위한 본인만의 포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맨, 헨리 카빌, 어린 시절 히어로  <from - dcmovies.fandom.com>



내 우주의 승자는 바로 나


  잘 될 거라는 말을 들으면 일시적으로 마음이 놓인다. 유명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 많은 실패를 겪은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면 그들의 경력에 비례해 마음속에서 뭔가 대책 없는 자신감이 몰려온다. 그러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기침 한 번에 꺼지는 촛불과도 같이 의지력은 사그라진다.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 다시 우울과 절망의 늪에 빠진다. 문제의 답은 외부에 없다. 내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기죽어서 움츠려 살 순 없진 않은가. 그때가 되면 자연스레 승자의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니다. 자꾸 의식적으로 뇌를 속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은 각각의 마음속에 거대한 우주를 품고 산다. 어느 날 마음속 빅뱅이 발생하길 바란다. 새로운 우주가 창조되는 날을 기대하며 오늘 하루를 쪼개 작은 성취들을 이루며 살아가 보자. 어깨도 펴고 가슴을 앞으로 쭈욱 내밀어 당장이라도 세상을 구할 기세로 사람들 사이를 덤덤히 지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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