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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ul 24. 2019

록, 소설, 영화, 그리고 카페

오늘도 카페를 찾는 이유

난 락커(Rocker)가 되고 싶었다. 


  개미조차 들어설 수 없을 만큼 꽉 찬 스터디움에서 시원한 고음을 내지르는 보컬과 긴 머리를 휘날리며 레스폴 기타를 휘갈기는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답을 피했다. 다 하고 싶었다. 모두 멋있어 보였다.  '레스폴(Lespaul) 기타'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기타리스트 '슬래쉬(Slash)'가 되어 <November Rain>의 후반 솔로 부분을 연주하고 싶었다. '쫄깃하고, 끈적거리는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그의 기타 사운드는 매일 저녁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내 고막 속 엠씨스퀘어였다. 



Slash  <출처 : www.rollingstone.com>


  남들이 듣도 보도 못한 운율과 가사를 써서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목자가 되어 대중을 이끄는 찬양과 구원의 노래도 만들고 싶었다(여기서 그만, 록 음악에 대한 내 열정은 나중에 다시 다루겠다). 항상 음악가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에 대해 들으면 느끼는 거지만 명곡은 도저히 평범하고 정직한 사상에서 나오지 않는 거 같다. 마약과 술, 담배, 섹스로 인간이 규정해 놓은 악의 요소들 없이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없다. 여행도 다녀온 자만이 감동을 설명할 수 있으니까. 언젠가부터 시시해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떠지고 이성이 자리잡기 시작한 후로. 그들의 겉모습만 보고 흠모했던 나 자신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라고 해두자.


  이 세계엔 전설이 많았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기이한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Cross Roads>로 미국의 블루스 음악의 신 세계를 열은 로버트 존슨 또한 평생 대중들로부터 악마와 영혼을 거래했다는 의혹 아닌 의혹을 받아왔다.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Jimmy Page)는 4집 <Stairway to Heaven>에서, Eagles의 돈 헨리(Don Henrey), 글렌 프리(Glenn Frey) 두 기타리스트들은 <Hotel California>의 아름답고 인상적인 연주는 악마에 씌어 작곡했다는 설(?)이 전해졌다. 음악 하는 사람들의 세계는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소설가들은 어떤가. 새로운 소재와 세계관에 목말라하는 그들은 치밀하게 타인의 삶을 취재한다. 때론 약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만. 인간 군상의 밝은 면, 어두운 면을 탐색하고 새로운 캐릭터 창조에 힘을 쏟는다. 그러곤 서문에 세세한 묘사와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만든 세계로 초대한다. 우리는 그가 만든 창조해낸 세계를 독서를 통해 여행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과 현지에서 즐거움, 다녀온 후의 감동을 그대로 느낀다.


  영화감독은 우리에게 보다 선명한 세계를 보여준다. 실제 인물이 가상의 세계에서 우리와 같이 활동한다. 더욱 그럴듯한 가짜 세상이다. 남들이 창조해낸 세상을 탐험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내기 위해 락 뮤지션은 때론 약의 힘을 빌렸고, 소설가들은 집요하리만큼 주변을 취재했다. 영화감독은 가상의 시각적인 요소들을 현실에 끄집어냈다. 


  난 그들이 만들어놓은 음악을 듣고 소설을 읽으며 영화를 보고 울고 웃는 평범한 소비자이지만 내 세계를 탐험하는 일이 더욱 즐겁다. 음악가도, 소설가도, 영화 제작자도 아니지만 경험과 생각으로 나를 표현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주말 오전, 남들이 집에서 기지개를 켤 시간, 한적한 시간을 찾아 졸리고 지친 몸을 일으켜서라도 카페를 찾아가는 이유다.


  책도 보고 다짐도 하고 반성도 하고 앞으로 펼쳐질 나의 앞 날을 기록하고 그려나간다. 때론 끄적끄적 머리를 굴려가며 꾸준히 글을 쓰고 외부에 업로드한다. 내 세계는 이 시간 이 곳에서 창조된다. 조용한 토요일 오전 10시의 카페는 언제나 내게 편안함을 준다. 지난 시간 투쟁적이었던 생각과 허물은 눈빛이 건설적이고 총명하게 변화하는 시간이다. 커피라는 약을 먹고 정신을 차려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앞날에 대한 스토리라인으로 영화 같은 삶을 그려낸다.


  그래도 난 아직 록음악을 듣고, 미스터리 단편을 읽고, 영화관을 찾아다닌다. 그렇게 문화 소비자가 되었다. 참고로 여태껏 내 이사 여정은 이들 근처에서 이루어졌다. 지친 일상에 소심한 일탈을 허락해준다. 날씨가 많이 덥고 습해졌다. 몸에 자꾸 눌어붙는 옷이 짜증 나고 찝찝하다. 그래도 이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긴 싫다. 늦은 시간이라도 카페에 들러 잠시 나를 탐험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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