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철 Jul 21. 2019

모르면 물어봅시다

물어보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요

  토요일 오후 4시, 집 근처 국립도서관 열람실에 앉아있었다. 주말이라 부모님 손을 잡고 따라온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다소 소란스러웠지만 그러려니 하며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맞은편 자리가 비었다. 부모님과 같이 온 아이가 다른 곳에서 책을 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한 동안 공석인 가운데 키가 작은 꼬마 숙녀가 스윽 다가와선 맞은편 자리 옆에 앉아있던 어른에게 물어본다. 


'여기 앉아도 되나요?'


  어차피 빈자리인지라 그냥 앉아도 될 텐데 공손하게 물어보는 모양이 예뻐 보였다. 마침 자리가 비어서 옆에 계신 어머니도 흔쾌히 그러라고 하셨다.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 한 번 하고 단어장을 꺼내 쓱쓱 공부를 해 나간다.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면 그 집 자식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자녀들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 부모의 성품을 대략 유추할 수 있다. 물어보는 것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배려가 많을 것이다. 좋은 인상들만 남겼다.


  우리는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안고 살아간다. 수동적으로 답을 찾을 수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할 때도 있다. 묻는 것이 어색한 사람이 많다. 나 또한 그렇다. 특히 길 찾을 때. 괜히 좀만 돌아다니다 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을 엄한 사람 붙잡고 시간 뺏는 거 같아 불편했다. 그냥 물어보고 아니면 그만인데.


  도서관 빈자리는 맡아 놓은 게 아닌 이상(그러면 안된다) 비어 있으면 앉으면 된다. 그 꼬마 아가씨는 혹시나 누군가 같이 있을까 물어보았다. 다른 상황 같으면 부모와 같이 와서 옆 사람에게 물어보곤 하던데. 혼자 공부하러 와서 자기 권리를 찾는다. 스스로 자기 앞길을 덤덤히 헤쳐나갈 거 같다.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지만. 


  물어보는 것에 인색해지면 안 된다. 조던 피터슨 교수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가진 것처럼 말하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가진 만큼 나도 당신이 갖고 있는 걸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뭐 전투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물어본다고 해치진 않으니 예의를 갖추고 내가 원하는 걸 말해보자. 아니면 그만이다. 오히려 내 부탁을 못 들어줘 상대가 더 미안함을 가질 수도 있다. 그땐 괜찮다고 하면 된다. 그리고 다른 곳을 찾아 떠난다.


꼬마 아가씨, 고마워. 나 이제 물어보는 거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 2019년, 메이븐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얼마에 사시겠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