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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Aug 29. 2019

#3 남을 함부로 도와주지 말아야 하는 이유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


자신의 가치가 곧 인생에 대한 기대치


  조던 피터슨, 그가 살던 고향 '페어뷰'는 별다른 재미거리가 없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다. 그런 곳에선 인구수도 많지 않고 잔잔한 분위기의 동네라 특별히 할 게 없다. 시시콜콜 마을 집안 대소사를 알고 있다. 그렇게 따분한 동네를 벗어 나와 도시로 나온 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인생에 목표와 활력을 주는 많은 사람을 말이다. 반면 그의 고향 친구(크리스)와 지인들(칼, 에드)은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대마초와 음주, 나아가 자살로 이어지는 인생의 나락을 보낼 뿐이었다. 자신의 가치를 낮게 측정했다. 이런 사람들은 늘 비슷한 무리들과 어울린다.


p.119
그들은 스스로 좋은 삶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인생에 대해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게 싫을 수 있다.

..(중략)..

과거에서 배우지 못한 사람은 실패를 반복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프로이트는 이런 현상을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이라 하며, '과거의 두려운 상황을 반복하려는 무의식적인 충동'으로 정의했다. 즉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안이 없으면 두려운 대상을 더욱 명확히 하고 더 적극적으로 지배하려는 충동 말이다. 달리 말하면 운명이나 무능함의 다른 말이다. 낮은 자존감은 특별한 목표와 의도를 갖고 배우는데 걸림돌이 된다. 배우기를 거부하면 인생은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그런 상태에 멈춘다. 우리는 배움으로써 우상향 인생을 만들어내야 한다.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를 사는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나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불안전한 도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불안전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남을 함부로 도와주지 말아요


  본인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친구 두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분명 사람 사귀는데 신분, 나이, 성별을 넘어 선택은 자유지만 왠지 이 말을 들으면 계산적으로 보인다. 조던 피터슨 교수는 '남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p.120
누군가를 구해 주려는 사람 상당수는 순진무구하거나 허영심과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거나 둘 중 하나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지하 생활자가 매춘부 리자를 만나며 그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허영심에 관한 이야기다(난 아직 이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다..). 지하 생활자는 나르시시즘에 빠져있었으며 그녀를 변화시켰다는 환상이 점점 '리자'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지하 생활자인 그가 진정으로 그녀를 도와주려 했다면 직접적이고 즉흥적인 도움보다 그녀가 변화를 원할 때까지 기다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헌신을 보여줘야 했을 것이다. 더욱 안타깝게도 그는 그렇게 끈기가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본인 판단에 어려워 보이는 사람을 도와주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도와주려는 노력은 오히려 상대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p. 123
누군가를 바로잡고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오히려 그를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느 팀장이 팀 내에서 뒤처져 있는 사원을 우수한 업무성과를 보여주는 팀으로 전배 시킨다고 해보자. 분명 그 팀장은 그 사원이 자극을 받고 우수한 사원이 되길 바라겠지만 오히려 새로 이동한 팀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팀 전체의 수준을 낮게 만든다고 한다. 냉소적이고 신경증적인 성향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원이 있으면 주위에 부정적인 기운을 만들고 허무감과 배신감이 사무실 내 공기를 형성한다



더 나아지겠다는 본인 의지가 먼저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마음이 가득하다면 한 번 질문해보자. 그대는 충분히 너그러우며 능력이 있는가? 그런 행동이 당신의 동정심과 선의를 과시하고 주변인들로부터 존경을 이끌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건 아닌가? 완전히 망가진 사람 곁에 있으면 본인이 도덕적으로 더 돋보이기 때문인가?

  남을 도와주려면 먼저 그 사람이 왜 곤경에 빠졌는지 알아야 한다. 무작정 그 사람이 피해자라 규정하지 말아라. 누군가 현재보다 나은 상황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분명 이유가 있다. 그 길이 어렵기 때문이라. 어렵기 때문에 하기 싫고 현재에서 나아가지 못한다. 상대가 진정 변화를 원한다면 기다려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본인까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보다 나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확고한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최고의 모습만을 기대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


  예전 어느 한 TV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처음 만나 어색한 사이에서 남의 험담을 하면 친밀도가 향상되고 빠르게 편한 관계를 맺는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사람은 왜 이리 부정적인 상황에 쉽게 빠지는지.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좋은 인연도 있을 수 있고 나쁜 인연일 수도 있다. 우리가 나쁜 인연을 맺는 이유는 대다수가 '의리' 때문이다. 그놈의 '의리'가 무엇인지. 진정한 의리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p.129
의리는 우직함과는 다르다. 의리를 지킨다는 것은 상대방을 공정하고 정직하게 대하겠다는 약속이다. 우정은 상호 합의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들려는 사람을 지지할 의무는 없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이 명제만으로 좋은 사람만을 만나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런 사람을 곁에 두면 나뿐만 아니라 그도 나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나의 목표를 지지해주고 좋은 영향을 준다. 내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는 각오에 힘을 실어준다. 반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내가 힘들어하는 것들을 권한다. 늦은 시간까지 술을 권하고 유흥을 함께 즐기고자 한다. 오히려 내가 어렵게 목표를 이루면 시기하고 끌어내려한다. 


p.130
..(중략).. 당신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상대적으로 그들의 흠결이 드러나기 때문에 당신을 어떻게든 물어뜯으려 할 확률이 높다.

p.131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망가진 이유가 세상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당신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싫은 자신들의 잘못이라는 점을 그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건강하고 건실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게 쉬운 듯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문제 많고 질 나쁜 사람들과 지내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은 이상적이다. 거인 골리앗에 맞선 다비드와 같은 용기와 체력을 지닌 사람은 이상적이다. 그런 사람과 같이 있으려면 굳은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연민과 동정에 휩싸여 살아가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지내게 된다.   

  살아갈 이유는 분명 있다. 그 인생을 가치 있게 보낼 의무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앞으로 긍정적인 인생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그런 나의 모습을 지지해주는 사람들만 만나야 한다. 



정리하며


  나에게는 회사생활 동안 친하게 지낸 선배가 한 명 있다. 내가 말을 꺼낼 때면 그는 나의 말을 경청하고 나의 꿈과 목표를 지지해준다. 표정을 보면 안다. 얼마 전에 <서른, 너 낯설다>를 펴내고 소식을 알렸는데 본인의 꿈도 책을 내는 건데 대단한 일을 했다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려줬다. 그 이후부터 소문이 돌았다. 갑작스러운 '작가'호칭에 당황스러웠다. 그는 꾸준히 나를 '박 작가님'이라고 불러준다. 처음엔 부끄러워서 그만 하라고 했다. 계속 그렇게 불러주자 진심임을 알고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책을 또 내고 싶다고 이야기 하자 기대한다며 진심어린 이야기를 해줬다. 나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분이다. 그 분 때문에라도 두 번째 책을 내고 싶은 소망이 더욱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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