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과 김밥

김밥! 그 기억 속으로

by 오드리박

오늘은 작은 아이 소풍을 가는 날이다.

소풍날이 되면 언제나 그렇듯 김밥을 쌀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고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를 지나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면 항상 김밥을 준비한다.

정성스레 계란 지단을 부치고 당근과 오이도 예쁘게 채 썰고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햄의 양은 두배로 준비한다. 혹시나 밥이 질거나 너무 고슬거리게 될까 노심초사하며 밥 짓는 일에도 정성을 다한다. 알록달록 준비된 김밥 재료를 식탁에 늘어놓고 김밥을 싸기 시작하면 아이도 남편도 하나 둘 일어나 식탁으로 모인다.

'아 김밥이다~'

하며 졸린 눈을 비비며 식탁의자에 앉아 김밥 싸는 나를 바라본다.

'씻고 먹어봐~'

라고 말을 하지만 내 손은 분주히 움직인다. 출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려면 부지런히 김밥을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김밥 싸는 속도는 꽤나 빨라져서 10줄이나 15줄 정도는 금세 말수 있을 정도이다.

씻고 나온 식구들이 김밥을 먹고

'음~~ '

하며 고개를 끄덕이면 오늘 김밥도 성공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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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김밥은 둘째의 체험학습을 위한 준비였는데 둘째 아이는 김밥도시락을 갖고 가지 않았다. 중 2가 된 아이가 김밥을 싸달라는 이야기를 하기에 두말없이 준비하였건만.. 친구들이 맨몸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도시락과 음료가 든 가방을 들고 가는 것이 영 모양새가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았다. 지난밤에 언뜻 그런 뜻을 내비치는 아이였다. 이미 준비한 재료가 있었기에 이른 아침 일어나 김밥을 말고 아이 도시락까지 준비해 놓고 식구를 먹을 김밥. 내 도시락, 나의 동료들에게 줄 김밥까지 담아 출근을 했다. 결국 아이는 도시락을 가져가지 않았다 한다.

괜 찮 다.

서운하거나 아이의 행동을 나무라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중 2 다움을 잘 표현하며 크고 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역시 나의 김밥은 맛나다는 생각을 하며 김밥을 먹었다. 나의 아침 노동에 대한 대가를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나의 정신건강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저 엄마로서 아이의 현장체험학습 날이 즐겁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김밥을 준비했고 아침 식사로 두 아들과 남편이 든든히 먹고 갔으니 그것으로 나의 역할을 다 한 것이라 생각하자 마음을 먹는다. 사춘기 아들에게 부모는 그저 묵묵히 서 있는 나무와 같은 존재임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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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김밥은... 집에서 직접 싸는 김밥은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른 아침부터 엄마가 준비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졸린 눈을 비비며 김밥 꼬다리를 먹으면서 흐흐거리며 맛있다는 말하던 기억 속에 담긴 소중한 시간들의 흔적이다. 그때의 김밥의 맛과 기분과 설렘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거나 희미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 아이들의 어린이집 소풍부터 언제나 도시락은 직접 준비했다. 서툰 살림 솜씨로 김밥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말아서 도시락에 넣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지만 기쁘게 도시락을 들고 등원하는 아이의 가벼운 발걸음과 뒷모습으로 충분히 보상이 이루어졌었다. 이제는 김밥 싸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정도로 김밥을 쉽게 준비하는 김밥 전문가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제는 도시락을 원하지 않는 사춘기 시절이 된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내 아이의 기억에 따뜻했던 기억으로 도시락이 남았으리라 믿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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