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리고 붉게 물들기

나의 가을은 고운 붉은 빛깔로..

by 오드리박

수능일이다.

이번 수능일에는 휴일이 주어졌다. 아직 수험생 엄마가 아닌 나에게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고마운 휴일이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하루를 어떻게 시작해서 보낼 것이지 생각해 보았다. 무척 특별하지는 않아도 허무하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꼭 평소처럼 하루를 일찍 시작해서 보람차게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잠들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집 앞 공원으로 나갔다.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려는 다짐을 지키고 싶었다. 수능일이라 그런지 거리도 한산하고 조용했다, 수험생은 이미 다 수험장으로 들어가고 모든 국민들이 긴장하는 수능날답게 학교 주변도 아파트 주변도 모두 조용했다.


둘째 아이는 늦은 등교를 해야 해서 멀리 가기보다는 집 앞 공원을 가서 좀 뛰고 오기로 마음을 먹고 간 공원에는 어르신들, 강아지와 산책하는 분들이 보였다.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천천히 뛰다 보니 저녁에 보지 못하는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에서 갑자기 겨울로 가는 것 같았던 계절이, 그래서 가을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가을이 눈에 들어왔다.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이 참으로 고왔다.

뛰던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땀나게 뛰려던 목적과 달리 걷기로 마음먹었다.


변덕스러운 날씨, 잦은 비, 아침과 저녁의 기온 차로 몸은 무겁고 관절들은 욱신거리고 찌릿찌릿... 관절염 걱정 없는 4계절이 없는 나라에 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아줌마인 나다.

'무슨 뚜렷한 4계절이 좋다는 거야. 옷도 이불도 계절마다 바꿔야 하고, 환절기 감기와 비염은 고통스럽고, 출산 후에는 뼈마디가 욱신거리는 계절 변화의 시기가 원망스럽다'

라는 생각을 하며 투덜대는 나인데....

빛나도록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를 보니 뚜렷한 4계절이 또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얼마나 큰 기쁨인데 정신없이 일상생활을 살다 보면 고마움도 기쁨도 잠시 잊게 된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너무도 예뻐서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 보았다. 그 변덕스러운 날씨를 견디더니 이리도 붉은 빛이 선명하게 물들다니... 참 애썼다...라고 다독이고 싶었다. 다가올 겨울은 또 어찌 지낼 것인지 걱정까지 더해서... 참 쓸데없는 오지랖인 줄 알면서도 나의 오지랖은 꼬리게 꼬리를 문다.



나의 가을은 어떻게 물들고 있는지

나의 가을은 고운 빛으로 물들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나의 인생 중 봄과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들어가는 즈음... 나는 어떤 가을을 만들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주 붉은 고운 빛으로 물들고 싶다.

아마 뜨거운 볕과 차가운 바람을 잘 이겨내야 하겠지...

그 변덕스럼 날씨를 피하지 않고 굳건히 맞으며 단단하게 버텨야겠지....

살다 보니 한 고비 넘으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온다. 늘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그 고비를 넘기며 살다 보면 이렇게 고운 색을 물든 단풍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날도 찾아온다...

그 날들을 지나고 왔기에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리라....


귀한 평일 휴일에 아침 운동을 나오길 잘했다. 고운 단풍나무를 보며 다짐한다. 그 고운 붉은 빚깔처럼 나의 가을도 물들어가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는 찐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