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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푸른 Oct 21. 2021

신혼부부여 전세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결혼 5년 차, 내 집은 샀지만 뒤돌아보니 이 길은 돌아가는 길이였다.

"부모님 지원은 받지 않아도 둘이서 잘 살 수 있다.

요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노후 기본 소득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는 60대 이상 인구비율은 고작 10%도 되지 않는다. "


이렇게 길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진짜 착하거나, 세상이 꽃밭으로 보이는 매우 긍정적인 사람이다. 는 도무지 저 위에 2가지를 받아들일 수 없어 결혼하는 당시에도 양가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않고 결혼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가 어려웠다.


그래, 다들 전셋값 정도는 받고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2016년이었다.


이때 서울에 시가 5억 원에 주택을 지원받았던 지인은 지금 집값이 17억을 돌파했다.  팔아야 내 집이라는 촌스러운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가?  


적어도 20대 후반 30대 초중반을 지나는 이제 곧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는 선택이지만) 원, 투룸을 벗어나 집다운 집에 살고 싶다면 근처 대형서점에만 가도 이달의 베스트셀러는 전부 여기도, 저기도 집과 주식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있으니 관심 없다면 거짓말이다.


우리 부부는 스물아홉 살에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 준비를 시작했는데 수중에 있는 돈이 둘 이합 쳐 6천만 원 남짓이었다. 이걸로 식은 올릴 수 있나 싶어 결국 1년은 둘이 결혼 통장을 만들어서 월 250만 원씩 모았고 이렇게 모인 3천만 원으로 혼수, 신혼여행, 스드메를 전부 해결했다.


결국 거주지를 선택하는데 쓸 수 있는 돈은 6천만 원뿐이었는데 고귀하게(?) 평생을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내 남편의 자취방은 무려 초역세권 신축빌라 전세였다. 우리가 신혼집으로 알아보고 다녔던 낡은 투룸 빌라는 남편 입장에서는 거주형태가 한층 더 퇴보하는 것으로 3년 차 대리였던 남편보다 4년은 더 일했던 내 입장에서 이 상황은 남편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왜 전세를 구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지금 돌이켜 봤을 때 첫 번째 단추를 잘못 꿴 것과 다름이 없다.


전세를 살면서 엉덩이에 목돈을 깔고 앉아 버리면 투자에 쓸 수 있는

- 꼭 투자가 아니더라도 좋은 집을 구매하고 싶을 때 가용 가능한 돈은 없는 것이다.


유튜브나 각종 매체에서 집값이 오릅니다, 여러분. 지금 집 사면 상투 잡는 겁니다. 신혼 희망타운을 지어줄 테니 거기 들어가세요 등등 무서워서 집못산다는 사도 많은 반면


1 주택은 무조건 한 채는 기본이다. 정 무서우면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내려갔을 때 팔지만 않으면 된다.라는 말을 믿고 이렇게 각종 규제가 난무한 이 시점에도 용감하게 집을 장만해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집에서 못질 쾅쾅! 은 요샌 꼭꼬핀을 대부분 쓰기 때문에

자유를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적어도 집이라는 도화지에 인테리어라는 예쁜 화장을 입힌다고 했을 때 남의 얼굴에 비싼 화장품 써서 메이크업하는 것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업체에 맡기는 거창한 인테리어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신혼 분위기를 내기 위한 우드 소품과 어울리는 하얀 벽은 내 것에 칠해져야 하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 나는 내 집을 갈구하게 되었다.

그때는 인스타그램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서로 어떤 집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제대로 공유가 안 되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 지인들은 어쩜 그렇게 다 자가로 시작하는지. 그것도 신축에서 시작하기는 그때도 어려워 구축을 들어가게 되는데 시댁에서 인테리어비까지 지원해 줬다 하면 그때는 지인의 집들이가  끝난 후 부러움의 쓴잔을 한 사바리 마셔야 한다.


그렇다면 왜 전세로 다들 시작하는 걸까?

얼마 전에 결혼한 내 지인도 시댁에서 6억이라는 큰돈을 지원해 줬지만 결국엔 매수시장에 명함 한번 내밀어 보지 못하고 전세민의 길을 택하게 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람은 그게 뭐든지

'내 것'이 되어야만 그것을 예쁘게 가꾸는 법, 그것을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법에 대해 알아보게 된다. 내 집을 소유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돈이 생겼다고 공부를 해서 집을 산다? 소유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그것이 가져올

삶의 안정감보다 액면가가 추락했을 때의 쓴맛을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가져본 자로서 말하지만 그들이 집이라는 것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의식주 중 하나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자산형성의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본다.

집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이게 떨어지면 난 어떡하지? 에 몰두하겠지만 막상 집을 가져본 사람은 이게 오르건 떨어지건 내 대출상환 가능한 능력 안에서 일을 벌였다면 그렇게까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집을 사야 한다는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다음엔 가족을 돌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적어도 자녀계획이 있다면 더더욱 내 집 마련은 그 시기가 있다. 그 아이가 공부를 할 놈인지, 공부를 안 할 놈인지가

초등학교 3학년 전에는 결정 난다는 것이 유명 부동산 강사의 의견인데 이전에는 사고파는 것을 반복해 이사를 다니는 게 용이하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아이를 전학시키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이것은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리스크가 크다.


전세민으로 평생을 버틸 수는 없다.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질 경우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전세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가가 올라간다. 전세가가 올라가서 매매가와 비슷해지면 일반적인 무주택자는 집을 살 생각을 못하겠지만 다음 상승장을 대비할 투자자들은 집을 산다.


대한민국에만 있는 전세제도를 활용하면서 갭 투자를 하는 투기꾼들의 자산형성만 도와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나도 앤젤리나 졸리처럼 와 돈을 넣고 공짜로 살고 돈을 받네?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고 이 프레임을 깨고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전세로 거주 중에 반복된 학습으로 아! 나도 이제 집을 사야겠구나!라는 각성이 될 때 내가 그 가용할 수 있는 시드를 엉덩이에 전! 세!로 깔고 앉아버렸다면 그것만큼 낭패도 없는 것이다.


월세는 부담스럽다. 매월 나가는 돈이 통장에 찍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도 그럴듯한 지역에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한다면 월 이자가 나간다. 지금은 대출이자보다 더 비싼 월세를 납입한다는 것에 대해 억울하겠지만 언젠가 내 집 마련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부부라면 그 월 몇십만 원은 시드머니를 적재적소에 내밀기 위한 티켓값이라 생각하자.


항간의 부동산 용어 중엔 지각비라는 단어가 있다.

투자자들이 선진입 한 이후 이미 오른 집을 뒤늦게 구입했을 때 정보와 학습이 늦어서 지각비를 내게 되었다는 상황에 쓰이는 말인데 전세를 살게 되면 이 지각비를 현재의 월세보다 배로 내야 한 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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