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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푸른 Oct 21. 2021

결혼식에 쓰인 비용은 5년 후에도 아깝지가 않다

반반 결혼 그 이후의 이야기

결혼 5년 차.


이제는 가난한 신혼부부라고 말하면  신혼부부도 아닌 것 같은 겉모습과 이제는 우리도 평범한 중산층 흉내는 낼 정도의 자산이 함께하게 되어 양심이 불편하다.


하지만 5년 전 결혼할 당시를 생각하면 그때 우리는 젊었고 깊은 사랑과 신뢰로 그 가난이 힘들고 고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운이 좋았던 것은 지금까지의 투자방법이 먹혀들어간 것보다 그때의 우리가 가난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것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가난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먹을 것이 부족해 물로만 배를 채우고 있다면 세이브 더 칠드런에 소개될 정도이니 우리의 가난은 개발도상국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배부른 소리이다. 하지만 자존심과 나 잘난 맛에 사는 MZ세대라면 - 나도 MZ세대에 껴주긴 하더라. 겉으로 드러나는 식장, 예쁜 드레스, 예쁜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유하고 싶은 것 다 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가격을 세이브하면서 보다 더 나은 퀄리티를 얻기 위해 카페에 가입해서 하루에 비생산적인 후기글을 10개도 넘게 써대는 것이 아니겠는가?


막상 지인의 결혼식에 가면 물론 그 지인의 행복을 빌기는 하겠다만 밥은 맛있는지가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우리네 평범한 일상을 생각해본다면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도 싶지만 그게 나의 일이 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최대한 예쁘게, 최대한 좋은 곳에서, 최대한 비싸 보이게 우리가 원하는 것은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바로 이런 것 들이다.


결혼식은 성스럽다.

남편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하다면 일상생활에도 그날이 문뜩 떠오른다. 내 남편의 결혼식 당일 멋진 모습, 한껏 치장해 그날따라 유독 예뻤던 나. 우리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그날의 기억이 5년이 지난 지금도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포장의 힘은 돈에서 나온다.


나의 경우 반반 결혼을 직접 경험한 자로 요새는 집값이 천정 뚫고 하이킥 중이라 자력으로 결혼을 결심한 사람들도 많아 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절대 결혼식에 돈을 아끼지 말라.


무조건 비싼 걸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적정선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구조건들이 있을 것 아니겠는가? 적어도 나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들이 있다면 돈으로 타협을 보지 말라는 것이다. 난 상남자의 기질이 있어 결혼식 예쁘게 안 해도 되고 구색만 갖춰 식장에서 빌려주는 약간은 낡은 드레스를 입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 이것이 나의 역치다 싶으면 그걸로 만족하면 된다.


내가 말하는 상대는 저 위에 카페에 가입 해 후기글을 열심히 쓰는 여러분이다.

비록 결혼식 당일 촬영한 DVD, 사진첩을 매년 꺼내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에 느꼈던 나의 감정과 만족감, 행복했었던 기억, 남편과의 시작을 타인들에게 공증받는 중요했던 자리 등 오만가지 기억이 일상에서도 불쑥불쑥 나오기 때문에 나 자신이 흡족하지 않다면 돈에 타협해서 계약을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경제의 규모는 혼자 일궈나갈 때와는 달리 둘이 함께 일궈 그것을 동시에 누릴 때  몸소 체감이 가능하다.

흙수저로 살아오다 100만 원짜리 드레스를 렌털 하려고 하면 그 돈이 너무나도 아까워 50만 원짜리를 보게 된다. 하지만 내 눈은 이미 100만 원대 드레스를 본 이상 50만 원대로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경제의 규모가 싱글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것들이 너무나도 아깝고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남들보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해 집이 없다고 해서 좋은 드레스도 못 입을쏘냐!

적어도 결혼식 진행 비용에 있어선 절약은 필요 없다.


평생에 한번 있는 결혼식 초호화로 치러내라는 것이 아닌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남편과의 추억을 곱씹으며 기억이 꺼내어졌을 때 초라하게 생각되지 않도록 내 마음이 흡족한 상태로 만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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