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봉 7천만원을 포기하고 마흔에 이민갈수 있을까

앞으로 10년이 내 노후의 밑천일 텐데 사실은 두렵다

by 등푸른

나는 올해 마흔 살을 맞이했다. 실로 이 숫자는 나에게 엄청난 타격감이었는데 스물에서 서른이 넘어갈 때도 이런 기분은 절대 아니었다. 나는 20대에 운이 좋게 공공기관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었고, 잘 나가는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근무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근데 우리가 마흔에 마주친 결과는 과연 어땠을까?


집 한 채, 아직 기저귀에 응가를 하는 어린 우리의 자녀, 노후 준비라고 생각하기에는 빈곤한 주식 계좌

나름의 투자활동을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나 보다. 세전 연봉 2억에 달하는 금액으로 투정을 부린다면 아주 꼴사나운 건 맞고, 30대 초반 대리 시절 받았던 급여에 비하면 정말 감사한 액수이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정도 벌이되는 내 회사 동료들을 봐도 그렇다.


세전 연봉이야 세금 빼면 막상 손에 쥐는 실수령액은 대리 때보다 100만 원 더 받는 정도고, 대리때와는 다르게 이제 우리에게는 주택담보대출과 각종 투자로 인한 신용대출, 자동차보험, 아파트관리비, 통신비, 자녀 어린이집 등하원을 위한 세팅비용 등 20,30대 초반에는 들어가지 않았던 것들로 한 사람의 월급을 소진한다. 그리고 양가의 부모님 용돈까지.


마흔이면 한창 벌어야 할 때임을 나는 정말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 기술이라고는 대학병원에서 6년, 공공기관에서 10년 근무한 간호사 면허 딱 하나일 뿐 이것 말고는 내가 잘하는 것도 없고 잘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모든 걸 정리하고 네덜란드로의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


남편은 네덜란드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 중인데 운이 좋게도 그는 일머리가 좋다. 집에서 남편에게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 평소 관리가 필요한 각종 디바이스를 관리시키면 "?_?" 이런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는 하는데 집에서의 능력치는 저 밑에 있지만 회사에서는 아닌가 보다. 인정받고 근무하는 남편은 본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그 니즈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이미 우리는 40년이나 한국에 뿌리를 내렸는데 이제 와서 뭘 어쩌겠는가? 그런데 자녀가 태어나니 나의 행복과 안녕보다 이 조그마한 아이의 행복과 안녕이 훨씬 중요하더라고.


한국에 있다고 당연히 아이가 도태되거나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닐 텐데 우리처럼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지. 운빨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게 네덜란드로 가게 되면 훨씬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건 시골 출신인 내가 봐도 경험상 맞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28년에 네덜란드로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 이걸 결심하는데 까지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고 이걸 이행하는데 또 2년의 시간이 걸리니 얼마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은 것인지?


이제 이 시간을 헛되게 쓰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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