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 사이의 기억들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도시
세비야에서 둘째날, 온전히 하루를 즐길 수 있는 하루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해가 강하게 내리기 전에 세비야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둘러볼 생각으로 나섰다. 활기차던 상점들이 닫혀있는 오전의 거리 고요한 거리와는 다르게 내마음은 분주했다. 바로 알카사르 티켓 구매를 하기 위해서 이다. 블로그 같은데에 현장구매를 못할 수 도있다는 이야기와 정보들이 나를 겁나게했다. 그 와중에 세비야의 거리는 너무 이뻣다. 거리의 끝 세비야 대성당 종탑이 빼곰히 내민 모습을 보고 분주한 내마음을 뒤로 한체 카메라를 들었다. 남은 건 사진이다. 대성당 앞에서 엄마랑 나는 사진을 찍은 후 알카사르 티켓부스로 향했다. 다행히 운이 좋게 줄은 짧았고 한시간 뒤 입장할 수 있었다. 이 짧은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스페인 광장으로 향하는 길은 짧은 시간안에 다녀와야 하지만 분주하지 않았다. 한시름 놓아서 인가 세비야의 거리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엄마랑 도란도란 대화를 하며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다. 스페인 광장의 묘미는 호수 건너편에서 전체를 감상해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갔을 시기에는 공연무대로 가려져 있어 즐기지 못했다. 나중에 세비야 여행을 가는 독자들은 낮에 한번 야경 한번 꼭 즐기시길 바란다. 전체를 못보는 대신 가까히 즐기기로 했다. 해볕이 벽면에 타일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세계 각 도시를 표현한 타일들에서 익숙한 도시이름들이 보였다. 바로 축구팀이다. 지로나, 바르셀로나, 말라가 등등 해외축구를 즐겨보는 나로써 반가웠다. 한국선수들이 뛰었던 팀들 찾아보는 재미에 푹빠져 엄마한테 신나게 설명했다. 빠르게 즐긴 스페인 광장을 뒤로 하고 알카사르에 입장하기 위해 발거름을 옮겼다.
도착한 알카사르는 생각보다 웅장했다. 예쁘다기보단 정교했고, 무늬하나하나 정성과 손이 많이 간 느낌이었다. 높은 천장과 이어진 복도 끝 들어오는 빛 한 곳으로 집중 시키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세비야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다르게 알카사르는 평온함과 한적함이 느껴졌다. 다른 세계에 온 느낌이 었다. 알카사르 관람을 마치고 바로 앞 세비야 대성당으로 이동했다. 솔직히 대성당은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대성당은 압도적이었다. 높고, 넓고 웅장했다.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에서 나오는 아름다움과 힘이 있다. 스테인글라스에서는 고혹한 분위기를 풍기고 목재로 된 대제단은 정교했다. 시간이 만든 무게감이랄까. 안에 들어가 한동안 감상했다.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따까운 햇빛을 피할 겸 휴식을 취했다. 오후에는 사하라&론다 야경투어를 신청해두었다. 카페에서의 짧은 휴식. 스타벅스에서 음료 주문을 할 때 점원이 이름을 물어봤는데 한국어 이름을 잘못알아 듣는 것이다. 그래서 내 성인 SEO를 영어 발음으로 말했었는데 받고 보니 SIU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시 내 이름은 SIU 였다. 짧은 휴식 후 투어 정해진 장소로 향했다.
세비야에 방문하면서 다른 도시도 갈 수 있다는게 기분이 좋았다. 사하라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은 단 하나였다. 햇빛이 진짜 따가웠다. 얼굴이 타들어가는 듯 했다. 근데 잊을 정도로 풍경이 드 넓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산 아래 쭉 줄지어 있는 집들 흰색 벽과 주황빛 지붕들. 마을 전체가 하나의 색감으로 통일되있었고 어디서 본듯한 익숙하다 했더니 딱 떠오른 유명관광지 하나 있었다. 그리스 산토리니. 고요한 분위기와 통일된 매력은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 아 내가 이거 보려고 이 투어를 예약했지 싶었다.' 나중에 가이드 설명을 들어보니 햇빛이 강한 도시들은 빛을 반사하기 위해 흰색벽을 사용한다 했다. 그 예시로 산토리니가 있었다. 그래서 산토리니가 떠오르는게 당연하구나 싶었다.
사하라를 떠나 론다에 도착했다. 막 도착했을 때는 날이 밝아 그 진가를 몰랐다. 밥을 먹고 자유시간을 즐길 때 그 론다의 진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어두워 지고 주황빛 노을이 덮을 때 서 있었던 순간이 오랬동안 기억이 날것 같다. 낭떨어지 끝과 끝을 이어주는 누에보다리는 황홀 했고 절벽 무대에서 듣 오케스트라는 낭만적이었다. 해가 지고, 누에보다리 야경을 보러 전망대로 갔다. 사진을 찍으러 온 관광객들도 조용히 사진을 찍고 머물렀다. 나도 한참 멍하니 서 있었다. 특별한 생각은 들지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좋았다. 론다는 뭔가 느끼려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였다. 보기만해도 충분하다는 말이 정확한 것 같다. 론다는 '낭만'이란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여행의 하루끝에 낭만있는 도시와 함께해 행복했다.
론다를 끝으로 세비야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창밖은 어둑했고 눈꺼풀은 무거웠다. 근데 무언가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많은 걸 본 하루지만,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오래된 건축물을 보고 뜨거운 햇빛에 풍경을 보고, 낯선 도시를 걸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하루가 꽤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여행은 무엇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공기 속에 있었는지도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것같다. 세비야의 둘째날은 그런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