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캐나다 밴쿠버 서버 입장 전, HP 회복

한국 병원에서 얻은 회복 포션들

by 새턴 Saturn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를 앞두고 건강 점검이 필요했다. 캐나다에서 아프면 한국에서처럼 병원에 쉽게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를 만나는 것 자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한국을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을 떠나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받을 수 있는 진료는 모두 받고 가려고 했다.


출국 전 건강 관련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크게 2가지였다.


1. 2024년 12월 종합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유방 석회화 세부 검진 필요
2. 치과 방문 필요


작년에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지원해 줘서 집 근처 병원에서 여성특화검진을 받았다. 26살인 나는 나이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초음파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고 맘모그래피(Mammography)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내 몸에 문제가 있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맘모그래피를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기다렸고, 얼마 후 의사 선생님께서는 유방에 석회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촬영본 상으로 엄청나게 큰 문제는 아닐 것 같다고 하시긴 했으나, 혹시나 유방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방외과를 방문하라고 하셨다. 검사 결과지를 건네받고, 마음이 심히 불안해졌다.


당시 나는 팀 내 유일한 기획자였기에 바쁜 회사 업무로 인하여 병원에 빨리 가 볼 수 없었다. 2개월 정도가 지난 후에 퇴사하겠다는 의지를 회사에 명백히 표한 후에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


나는 용인세브란스병원으로 향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의사 선생님께 검사 결과지를 건네드린 후, 대기석에서 별 문제가 없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의사 선생님께 불려 갔고, 선생님께서는 내가 한국에 머무를 경우에는 6개월마다 경과를 지켜보면서 문제가 없을 경우에는 그냥 두어도 되는 상황인데, 해외에 장기로 나가있을 거면 혹시 모를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수술을 해서 아예 석회를 제거해 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초음파 유도하 진공보조생검술'이라는 것을 하자고 하셨는데, 이는 가슴에 절개를 하여 그 안으로 진공청소기 같은 것을 집어넣어서 석회를 빼내는 수술을 말한다. 그리고 출국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당장 오늘 수술해 버리자고 하셨다.


오늘 수술을...? 정말 갑작스러웠다. 내 예정에 전혀 없던 일이었다. 집 앞 병원에서 큰 문제가 아닐 거라고 걱정은 크게 하지 말라고 하셔서 분명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선생님이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싫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알겠다고 말씀드렸고, 다시 대기석으로 나와 2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그리고 결국 내 앞에 닥쳐버린 수술 시간. 어디 도망이라도 가버리고 싶었다. 무섭지만 해야만 했다. 눈을 질끈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를 악 물었다.


나는 항상 아픔을 잘 참는 축에 속했다. 내 주관적인 생각이 아니고 치과에서도 항상 잘 참는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 가슴 수술을 하면서 겪는 고통은 내가 태어나서 경험한 그 어떤 고통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아팠다. 가슴만 국소마취를 했기에 내 가슴 조직이 다 뜯겨나가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내느라 기가 다 빨렸다.


나는 가슴 조직 떼어내는 것도 이렇게 미칠 것 같은데 출산은 도대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새삼 존경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출혈을 막기 위해서 엄청나게 무거운 돌덩이를 내 가슴 위에 얹어주셨고, 한 10~20분간은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고 나서는 간호사 선생님께서 가슴을 압박하기 위한 붕대를 빙빙 둘러주셨다. 지혈이 돼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동안은 붕대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이 불편한 것을 24시간이나 하고 있어야 한다니.


가슴 압박 붕대를 한 내 모습을 거울로 보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이 된 느낌이었다. 고은찬은 어떻게 이걸 맨날 하고 다녔을까?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데. 물론 가상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수술을 마치고 나오니 정말 아프긴 했지만 마취 때문인지 참을만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시간 정도 지나자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몸을 가누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가슴 시리게 다가왔다.


수술을 할 줄 알았으면 뒤에 일정을 잡지 않았을 텐데, 송도에 놀러 가기로 숙소까지 예약해 놨던 상황이라 아픈 몸을 이끌고 송도까지 이동했다. 가는 내내 고통스러워서 죽는 줄 알았다. 약국이 어디 있는지 찾아볼 힘조차 없어서 애인에게 타이레놀을 사놓아 달라고 부탁했고, 겨우겨우 부축을 받아서 침대에 몸을 뉘었다.


이렇게 아픈데 밤에 잠은 잘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다행히 타이레놀이 효과가 있었고, 아프긴 했지만 잠에 들 정도로 참을만해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아예 괜찮아졌다. 신께 감사했다.


한 일주일 뒤에는 집 앞 치과에 방문했다. 이 역시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또 문제가 있었다. 교정 유지 장치를 고정시키는 일부분이 떨어졌다고 하셔서 붙이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되게 미세한 충치가 있는데 이것도 한국에 있으면 추적 검사해서 치료 안 해도 될 수준이었으나, 해외 장기로 나갈 생각이시면 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셔서 충치 치료까지 마쳤다.


출국 전 건강점검을 받으면서 예상치 못한 수술까지 받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다행이었다. 캐나다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면 언어적 장벽은 물론이고 의료비 부담도 엄청났을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건강만큼은 미루지 말고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워킹홀리데이나 장기 해외 거주를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출국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건강검진을 받아보길 추천한다. 나처럼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건강이 정말 최고다.




Written by Sa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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