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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iendlyAnnie Jul 09. 2023

이미 젖었다

이미 젖은 사람은 비가 두렵지 않다

먹구름이 밀려오는게 보인다.

먹구름이 다가오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어떤이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머리에 뭔가를 뒤집어 쓴다. 우산이 없어 젖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동원해 본다.


흐린 날씨지만 달리면서 높은 기온 탓에  땀으로  범벅이 된 우리는 몰려오는 먹구름과 굵은 빗방울에도 젖을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미 젖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며 우리 삶도 햇빛이 가득 비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내리는 비바람에 흔들리고 쓰러지는 날들도 있다. 우리는 웬만하면 비바람을 피하고 햇빛이 쨍한 날들만 누리며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삶에서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비바람을 온몸으로 마주해야하는 날들이 오게 마련이다. 그 비바람을 피해가고 싶지만 우리의 뜻대로 되진 않는다.


비를 맞듯 삶의 어려움을 마주한 우리는 절망하고 쓰러지기도 한다. 비를 맞고 절망하고 쓰러지지만 그 비를 뚫고 어려움을 이겨낸 우리는 그 다음 오는 빗방울을 맞을 때는 조금 더 단단해진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두려움이 한층 감해지고 절망도 줄어든다. 이제 그 정도의 비를 맞아도 쉽게 상하지 않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 비를 맞는것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 비에 젖고 바람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젖어봤기에.


이미 젖어본 사람은 두렵지 않다. 그 비를 맞으며 즐길 수 있는 마음까지도 생긴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시원함을 즐기고 카타르시스까지도 느낄 수 있다. 온갖 묵은 찌꺼기를 날려벌 수 있다는 사실에 비를 기다리기도 한다. 우리를 향해 몰려오는 먹구름이 두렵지 않다. 먹구름이 데려온 비가 우리의 두려움과 절망을 말끔히 씻어줄것을 알고 있기에.


달리기 5년차.

가끔은 시원하게 쏟아질 비를 기다린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개운함과 즐거움을 알기에.

삶에서 우리에게 다가올 비바람을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소중한 한때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매마르고 긴장되고 삭막한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어줄 한 때의 비를 반갑게 맞이해 보자. 우리는 그만큼 더욱 성장해 나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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