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온지 어느새 30년차가 되었다. 그동안 영어 사교육 시장은 참 많이 변했다. 30년 동안 많은 변화 속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언어로써 배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들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적용해 오는동안 영어책 읽기가 최선의 방법임을 절실히 느껴왔고
이젠 그 책읽기에 어떻게 하면 본질적으로 접근을 할지 고민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영어책 읽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던 초기와 지금은 학습 환경과 생활환경이 크게 달라졌고 디지털화 된 환경 속에서 책읽기는 아이들에게 더욱 힘든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나의 학생 중 JC라는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다. JC는 처음 내게 왔을 때 학습 습관 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도 잡히지 않아 수업이 쉽지 않았다.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의자에 앉지 못하는 JC를 책상에 앉히고 수업에 참여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3년 넘게 수업 하는 동안 JC를 혼내고 집으로 돌려보낸 적도두어번 있었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JC를 지금까지 가르쳐 올 수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그 아이에게 접근했고 그 진심을 어머님이 믿고 기다려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은 아이들을 수업의 지속을 위해 혼내도 부모님들이 싫어하시는걸 감안하면 JC의 어머님의 믿음과 기다림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천방지축이었던 JC는 올해 의젓한 5학년이 되고 이제 제법 영어책 읽기를 어렵지 않게 해낸다. 그리고 독서 습관이 잡히지 않아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도와 수업 진행을 돕는 친구가 되어간다.
JC는 사실 문자 인식 능력이 떨어져 책읽기에 흥미를 붙이기 힘든 친구이다. 지금도 문장 구조와 스펠링을 익히는데는 어려움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오랫동안 꾸준히 읽기를 지속한 결과 이제 웬만한 영어책들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생겼다. 책을 읽고 북퀴즈 열 문항을 다 맞추기도 한다. 문자 인지가 선천적으로 어려운 JC가 책을 자연스레 읽을 수 있기까지
다양한 접근이 있었다.
우선, JC가 좋아하는 책을 직접 골라 읽었고 다시 읽고 싶다하면 읽도록 허락했다. 같은 책을 최소한 세 번 이상 읽은 듯 하다.
그 다음으로는 큰 소리로 낭독을 다양한 방법으로 하도록 도와주었다. 친구들과 함께 읽기, 세 번 연속으로 정확도를 유지하며 점점 빠르게 낭독하기, 낭독 발표하기, 1분에 읽을 수 있는 단어수 측정하기 등등 방법을 바꾸어가며 낭독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했다.
JC가 즐겨 읽었던 책 중 하나가 Elephant and Piggie라는 책이다. 스토리 소재가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표현들이 재미있다. JC외에도 이 시리즈로 읽기 능력을 높여가는 친구들이 꽤 있다.
그리고 요즘 JC는 논픽션을 즐겨 읽는다. 친구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동물이나 식물에 관한 논픽션으로 JC는 읽기 능력을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나가고 있다.
문자 인지가 어려운 친구들에게는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소재로 쓰여진 책이나 스토리 구성이 재미있는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 읽기를 시키면 문자 인지의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읽기를 지속해 나갈 수 있다.
요즘은 한글 문해력이 떨어져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도 많다. 그러니 영어 읽기는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읽기는 급속하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소중한 능력을 선물하는 필수적인 학습방법이기에 아이들이 읽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것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과연 종이책 읽기가 지속될것인가 하는 논쟁도 있지만 느린 학습자들에게 그 어떤 스킬보다도 필요한 것은 읽기이다.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퇴보하는 아이들의 뇌에는 읽기가 처방책이 될것임에 틀림없다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