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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iendlyAnnie Mar 03. 2024

어떤 여행이 추억으로 남을까?

휴양지의 낭만은 희미해진다.

나이가 쉰이 넘으니 주변 친구들은 모두 휴식이 되는 여행을 가고싶다고 한다. 그런 친구들에게 난 아직도 모험같은 여행이 좋다고 얘기하지 못하는 '소심이'이다.


비가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바람을 마주하는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 된다는 구본형 선생의 글을 읽으며 문득 내 인생에서 진정한 여행,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여행은 어떤 여행들이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젊은 시절에 나는 주머니 사정상 여행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 시절 아주 어렵게 선배, 동기들과 동문회 일일 주점을 열어서 번 돈으로 여행을 간적이 있다. 어렵게 계획한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접했다. 함께하기로 했던 많은 선배, 동기들이 기상 상황에 걱정이 앞서 여행을 포기했다. 그 와중에 나를 포함한 소수만이 여행을 강행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제주에 도착했을때 태풍의 경로가 바뀌어 태풍이 내륙을 휩쓸고 가는 동안 제주도는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었고 우린 걸어서 제주도를 누비고 다녔고 어느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고 비박을 하며 쏟아질 듯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보며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태풍의 두려움을 뒤로한 채 강행했던 우리의 여행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여행의 맛을 알게된 나는 소소한 여행들을 즐기며 젊은 나날들을 보냈고 결혼 후 남편과 함께하게 된 인라인 동호회에서 인라인 투어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 즈음 인라인을 타고 낯선 곳을 여행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남편과 나를 포함한 5명의 여행멤버가 구성이 되었고 그 시절 우리나라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었기에 자전거 도로를 보유하고 있었던 싱가폴로 여행지를 정하고 여행 준비에 들어갔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인라인을 타고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3국을 돌아다니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우리의 모험은 시작이 되었다.


싱가폴 오차드 로드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경찰서를 찾아 인라인으로 도심 여행을 하는것이 가능한지 물었다. 안전에만 유의한다면 가능하다는 현지 경찰의 답을 듣고 우리는 싱가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도심으로부터 시작해서 이스트 코스트 파크, 마리나 베이까지

우리들의 모험은 그저 신이 났다. 그리고 우리의 싱가폴 인라인 투어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생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그 후 유럽, 중국, 일본, 홍콩, 베트남 등등 여러곳을 가족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편하게 다녀온 여행들은 내 기억에 그리 선명하게 남아 있지 않다.


아이들을 기르며 20년 넘는 가정 생활을 하는 사이 많은 일들을 겪는 사이 나의 정체성을 뒤늦게 찾아가는 시간을 마주했다. 그 때 나는 또 하나의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을 했다. 그것은 미라클 모닝을 함께 실천하던 멤버들과 가게된 제주도 마라톤 여행이었다. 2020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시작했던 달리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시기인데 코로나로 오프라인 마라톤이 개최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우린 우리들만의 마라톤 여행을 진행했고,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달려보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 마라톤을 진행하는 내내 제주도엔 비가 왔다. 새벽 어두움과 비를 가르며 달려낸 42.195km의 마라톤 추억은 비록 공식 대회는 아니었지만 비를 맞으며 제주도 해안을 따라 길을 찾으며 달려가던 순간 순간들이 마치 나의 뇌에 각인된 듯 지금까지도 선명하다.


나에게 여행이란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또 다른 세계와 사람들을 만나는 모험의 순간들이다. 여행을 통해 내가 변화하고 다른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한없이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그 순간들은 시간이 흘러도 내 머리와 마음에 그대로 새겨진다. 그리고 그때의 추억들을 모험담처럼 쏟아낼 수 있다. 또다른 나의 스토리가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고 살아가는 동안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또 한 걸음 나아갈 에너지가 되어주기도 한다.


앞으로 살아갈 순간들에도 내게 또 그런 여행의 기회가 다가와 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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