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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iendlyAnnie Jun 28. 2024

첫 트레일런대회 원주 치악산

안 될걸 알면서도 왜 도전한걸까?

남편이 찍어준 사진 속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처절하기도 하다.


달리기 6년차에 접어들면서 나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맘껏 달리고 싶은데 건강에 이상이 생겨 몇 달째 검사를 받으며 힘겹게 달리고 있다. 힘들면 안 달리면 되는데 왜 기를 쓰고 달리려는걸까?나도 나자신을 이해하기 힘들다.


혈압이 높고 두통 증상이 있어서 시작한 검사들로 여러가지 몸의 이상들을 확인해 나가고 있고 아직 치료법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초점을 맞추어  하나씩 치료해 나가야 할 것 같다.


갑상선 항진증 증상 중 하나가 몸의 에너지가 빨리 소모되는 것이다. 최근 나는 4키로 정도를 달리고 나면 팔다리 힘이 빠져서 걷는것도 힘들다. 조금 쉬다가 다시 걷거나 달려도 금방 또 힘이 빠진다.


이렇게 아프기 전에 치악산 트레일 러닝 대회를 신청해 놓았는데 도저히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분명히 무리가 될텐데도 달리고 싶었다. 실패 가능성이 99프로였지만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참 이상한 욕구이다. 왜 그랬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달리기는 이제 내 일상이 되었고

나의 하루를 지탱해주는 에너지원이기에

달리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달리면 즐겁고 달린 후 몸과 마음에 주어지는 보상이 크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몸상태가 안 좋은 와중에도 달리고 나면 혈압이 내려가고 컨디션이 좋아져서 하루를 버틸 힘이 생긴다.


게다가 자연에서 달리는 트레일 러닝은

자연의 일부인 우리의 몸과 마음에

치유와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치악산트레일러닝대회 코스는 트레일러닝 난이도 중에도 거의 최상인 것 같다. 멋모르고 신청했다가 죽을뻔 했다. 두번째 CP에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해서 컷오프를 당했다.

컷오프를 당하면 배번 귀퉁이를 자르고 칩을 제거하고 남은 주로로 달리지 못한다.

컷오프를 당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4키로만 달리면 힘이 빠지는 몸으로

치악산의 급경사를 23키로나 걷고 달렸다.

대회 완주는 실패였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실패하지는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 자신을 달래가며

험한 길을 헤쳐나간 기분은 꽤 괜찮았다.

그것만으로도 내게 큰 보상이 되었다.

물론 남편이 옆에서 함께 해주지 않았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것 같다.

아프고 나서 많이 배려해주고 도와주는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안될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자꾸만 일을 벌이고 도전하는 것은 아마도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은 이 생명체의 본능적인 욕구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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