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명한 달리기 프로그램의 마라톤 목표 기록 훈련 프로그램을 등록해서 따라가다 2주만에 완전히 퍼져버렸다. 지금의 내 상태로는 그 훈련들을 소화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신속히 받아들였다.
다시 최대한 자연스러운 속도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기로 마음 먹는다.
2025 동아마라톤을 출전하려면
5시간 이내의 풀코스
또는 2시간 11분 이내의 하프
한 시간 이내의 10키로
기록이 필요하다.
지금의 내 상태로는 불가능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출전 가능한 기록을 달성하는걸 목표로 하지만 안된다고 해도 나를 너무 들볶지 말자.
갑상선 항진증과 부신 호르몬 이상이 있는 상태에서는 쉽게 피로감을 느끼니까 극도로 피곤함을 느낄 때는 무조건 쉬자. 안 된다고 속상해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나아가는 거다.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실망하고 체념하고 그만 두는 것이 최악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 사이 호르몬 정밀 검사를 위해서 부신 동맥 채취술도 받고 이런저런 검사를 받느라 병원에 2번이나 입원했지만 나만의 속도로 가기로 결심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푸근하다.
개인적으로
정밀한 훈련보다는
자주 달리고 점점 거리를 늘려가며
가능할 땐 5~6키로를 1키로 단위로
인터벌 훈련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게 아픈 상태에서 달리다 보니
또다른 달리기의 장점을 알게 되었다.
질병적인 측면에서
달리기는 질병의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
아픈 증상들이 달릴 때는 두드러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무릎이 안 좋을 때 달리면 무릎의 통증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고관절이 안 좋을 때 달리면 고관절이 더욱 아파진다. 위가 안 좋을 땐 배가 심하게 아프고 목디스크가 있을 땐 목과 어깨가 많이 아플 수 있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부신 종양이 등쪽에 있어서인지 달릴때 등이 많이 아팠다.
그렇게 원인들을 알게 되고 빠른 치료를 할 수 있게 되기도 하는것 같다. 발목, 무릎, 고관절 등 관절 부위가 아플 땐 염증을 없앤 후 그 부위의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점진적으로 해주면 된다.
달리지 않았더라면
통증에 둔한 나는
아픈것을 잘 인식하지 못했을테고
병의 원인은 찾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달리면서 아픈 부위를 정확히 알게되었고
계속 달리고 싶어서 병의 원인을 빨리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달리기로 인해 더욱 부각된 나의 병을 고쳐 나가면서 꾸준히 나만의 속도로 80살까지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