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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에 대한 나의 생각

상담보다는 일상에서의 친절함

by FriendlyAnnie

한 달 전쯤 우리 학원의 2학년 여자 친구 어머님이 상담 요청을 했다. 학습 상담이 아닌 자녀 양육에 대한 상담이었다.


우리학원 카운터에는 나의 두 가지 명함이 놓여 있다. 하나는 학원장 명함, 다른 하나는 학교밖 청소년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은둔형외톨이 전문기관 천개의 별 가족지원 센터장 명함이다. 부모님들이 오가며 도움이 필요한 경우 상담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구비해 놓은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이 그 친구의 어머님도 오가며 명함을 보시고 상담이 가능한 지 물어보셨다.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지만 개성이 강하고 어머님이 양육하기에 쉽지 않은 기질의 딸이기에 직장맘인 어머니가 힘들어 하신다는 걸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잡았던 상담일이 오늘이었다.


어머님과 한 시간 좀 넘는 시간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편의상 그 친구의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해 글을 써나가려 한다)


내가 하니와 수업을 함께한 지는 1년 정도 되었다. 하니는 책읽기를 좋아하고 무엇이든 자기가 먼저 하고싶어하고 규칙을 지키고 기다리는 것을 좀 힘들어 하는 편이다. 고집이 있어서 어른들이 지도하거나 이끌기에 쉽지는 않지만 의논하여 합의점을 찾거나 상황을 이해시키면 끝까지 고집을 부리지는 않는다. 늘 이해를 시켜야 하는 과정이 시간이 걸리고 지도하는 어른들의 에너지가 더 필요하기에 선생님들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지적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경험이 많거나 이해의 폭이 넓은 어른을 만나지 못하면 하니 자신도 늘 힘든 상황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하니 어머니도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의 어머니들로부터 따가운 시선과 속상한 피드백을 받기 쉽다.


하니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태도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다른 어른들이나 친구들에게 비난을 받거나 소외당할 가능성이 큰게 사실이다.


하니 어머니는 아이 양육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느끼고 다른 이들의 부정적 피드백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다. 그런 스트레스와 조급함은 하니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엄마도 하니도 힘이든다.


가끔 하니가 학원에서 집중도 못하고 감정적으로도 불안정함을 보일때면 어김없이 엄마가 바쁘고 힘이들 때이다. 엄마가 힘이들 때는 그런 에너지와 감정이 하니에게 그대로 전달이 되는 것이다.


직장 일에 육아에 지쳐서 정신 없이 돌아가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이들과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상호작용을 하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어머니들이 많다. 그래도 하니 어머니는 현명하신 편이다. 그런 자신을 자각하고 상담도 시도해 보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도 시작하셨다.


상담을 시도해 보셨다가 그게 아닌것 같다고 느꼈다고 하셨다. 아이 50분 엄마 50분 진행하는 1회 상담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그러한 상담을 계속 이어가는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리고 하니와 어머니, 그리고 상황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담사와의 상담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고 생각하셨다. 차라리 하니와 일주일에 3번 일년 동안 함께해온 내가 하니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내게 상담 신청을 하신 것이다.


그렇다. 사실 하니 외에도 그동안 꽤 많은 친구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을 위한 방법들을 함께 찾은 경험이 있다. 그런 순간들이 어쩜 내가 이 일을 이어가는데 큰 보람을 안겨준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려운 순간들에 상담사를 찾아보기도 했고, 상담 공부를 1년 이상 하기도 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 멘토링을 하면서 많은 상담사 분들을 만나기도 했고, 상담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꾸준히 아이들과 청년들을 만나고 그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일상적인 대화라는 것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심리상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심리 상담도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으면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상담사는 상담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어야 한다. 내담자 들은 그 상담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담이 지속되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나는 심리상담도 상품화된 현대사회에서 상담비용이 우리에게 또다른 고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상담사를 찾지 않고도 서로의 친절함과 따뜻함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친절해보자. 그 친절은 다시 내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더 큰 친절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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