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학생의 어머니가 그만둔다고 연락이 왔다. 그 친구랑 수업한 지 1년 3개월.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그 아이와 친구들의 그룹 어머님들과 꽤 여러번 상담을 했다.세 명이 함께 수업을 시작했고 이제 한 명만 남고 두명이 그만 두는 상황이다.이런 상황이 올때면 과연 우리 학원이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아이들을 위해서 더 해야할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먼저 하는 편이다.
파닉스 과정은 3~4개월로 끝나는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지속적으로 파닉스 단어와 사이트워드 인지 학습도 병행하게 된다. 스스로 규칙을 발견해가며 단어를 읽고, 말하고, 쓰는 연습을 지속하고 책 속에서 문맥에 따른 단어의 사용도 익히고 읽는 능력을 키워나가게 된다.
사실 책읽기로 영어 능력을 키우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아이들 마다 개인차가 크다. 선생님의 역할은 아이들이 기본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학습의 흥미를 잃지 않고 능동적인 학습을 지속하도록 돕는 것이다.
친구들 중 우리 학원을 당분간 계속 다니게 된 아이의 어머님이 친구가 학습의 흥미를 잃었다고말씀하셨다. 나와 선생님들의 생각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 원인을 학원에서 찾으려 하시는 어머님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 아이들은 학원 수업 시 학습 흥미도가 좋은 친구들이었다. 수업 참여도도 좋고 능동적인 아이들이었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이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었다.
중간중간 아이들이 완벽하게 모르고 지나가는 것에 대해 확인하고 아이들을 집에서 혼내고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잘 못 하면 학원을 그만둔다는 말을 끊임없이 해온 부모님들을 통해 아이들은 그동안 불안정한 감정으로 영어를 대하게 되었고 학원에 대해 믿음이 없는 부모님을 보며 아이들은 선생님들과도 편안한 관계형성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학원에서도 점점 눈치를 보며 집중을 못하게 되었고 영어가 아이들에게는 부담스럽고 매번 확인 받고 혼이 나야하는 끔찍한 공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어느 시점 부터는 아이들이 의욕을 상실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공부가 싫어지지 않으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이들 마다 속도가 다른 것도 인정해야 하며 아이에게 공부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일은 정말 안타깝지만 부모님의 학습에 대한 마음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에 그만 두는 친구는 2학년인데 4학년인 그 아이의 오빠는 우리 학원에 오기 전에 세 군데의 학원을 다녔고 우리 학원에 약 8개월 정도 다니다가 다섯 번째 학원으로 옮겼다. 또 새로운 학원에 적응해야 한다며 무감각하게 말하던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부모의 불안함이 아이들의 평생의 학습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무엇이 그 부모를 그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공부는 자발적인 동기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런 부모의 불안은 아이를 점점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상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여러면의 성장을 도와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많은 학습량과 어른들의 강압과 질타가 아이들을 자발적으로 공부하도록 돕지는 못한다.
내 자녀가 자발적으로 공부하기를 원한다면 부모는 한 걸음 뒤에서 걸어가며 스스로 욕구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소통해 주어야 한다. 부모의 의도대로 아이를 끌고가지 않고 아이의 의견을 계속 물어봐 주어야 한다. 그렇게 배움에 주도권을 가진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도 해보고 실수도 해보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도 겪어보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이 생길 것이다.
부모가 아이보다 많이 앞서가는 경우는 아이가 점점 능동성과 자발성을 잃고 무기력해지는 것을 30년 간 관찰해 왔다.
내 아이가 공부가 싫어지지 않으려면 부모의 불안과 조급함은 내려 놓고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