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아이들의 성적이 곧 엄마들의 지위인 것처럼 엄마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 것을 보아왔다. 나의 친정 어머니는 공무원이신 아버지의 박봉에 늘 삶이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니 아들 딸이
공부를 꽤 하였기에, 특히 남동생은 뛰어난 성적을 늘
유지했기에 친구들 어머니들 사이에서 기를 펴고 지내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어머님들의 모임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지금도 그런 현상은 여전한 것 같다. 부유한 집 엄마나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의 엄마를 중심으로 모임이 형성이 되고 형편이 어렵거나 아이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집의 엄마들은 조용히 뒤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신종어를 만들며 그러한 현상에 대한 비판을 하거나 부모가 달라져야 교육이 달라진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당장 그런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의 방법을 따라야 성적이 나오고 대학을 진학할 수 있을 것 같은 불안함은 여전히 부모들의 마음을 ‘빡센’ 사교육으로 향하게 한다. 그러니 더욱 더 좋은, 효과 있는 사교육을 쫓아다니는 부모들의 마음을 나무랄 수 만은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한 흐름에 휩쓸려 다녀선 안된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한 방법이 효과가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의 재능은 아주 다양하고, 관심사도 아주 다양하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아이들은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중학교 1학년 정도 까지는 아이들이 부모의 말에 잘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거나,
정말 공부를 하기 싫다면, 중학교 2학년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시절, 또는 대학교 시절에 아이들은 자기의 의지를 강력히 표출하게 될 것이다. 중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가 내 말을 잘 따라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고 모든 것이 충족이 되고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우리 아이들은 일찍 중학교 2학년을 맞이하여 강렬히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표출하였지만, 내가 아이들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며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있었다. 부동산 사업을 하시는 한 아주머니는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학교에서 전교 1~2등 하던 딸이 갑자기 학업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TV VJ가 되겠다고 선언을 하였다고 한다. 1년을 몸져 눕기도 하고 울면서 말려보려 했지만, 딸은 결국 VJ로 자리를 잡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채널을 운영하면서 소속사에 속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그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구, 애들은 뜻대로 안돼요~. 그리고 세상이 변했어요.
아이들이 우리 때랑 다른 걸 인정해야 해요.
뉴스를 보면 이제 중2병이 아니라, 고3병, 대2병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요즘 아이들이 견디는 힘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환경적인
요인이 큰 것 같다. 우리 때 처럼 아는 것도 적고 선택의 폭이 적었을 때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냥 주어진 것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우리의 뇌는 단순하게 작용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기성세대는 지난 20년간 큰 발전을 주도해 오고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돌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표면적으로는 편리하고 빠르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냈지만, 그 이면에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그러한 엄청난 변화와 정보에 걸러지지도 않은 채, 아직 성장하지 못한 뇌가 노출이 되고 혼란을 겪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금만 버티면 되는 고2, 고3 시기에 학업을 중단하고 방황하기 시작하는 친구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방황하는 친구들 까지도 생겨나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의 방황과 흔들림은 당연한 삶의 과정이 아닐까 한다.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은 웬만해선 우리 아이들에겐 맞지 않다. 모두가 공부로 1등을 하거나 SKY를 갈 수는 없으니! 그렇다면 우리 엄마들은 언제낭떠러지도 떨어질지 모르는 물살에 휩쓸려 가지 말고, 더 늦기 전에 뭍으로 나와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어령 박사가 말씀하신 것처럼, 100명의 아이가 모두 한 방향으로 뛰면, 그 중엔 반드시 1등도 있고 100등도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향을 틀어서 다른 방향으로 뛰면 그 다른 방향으로는 1등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르게 방향을 틀 줄 아는 우리 아이를 믿고 응원해 주자. 그리고 아이의 등수가 엄마의 등수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 스스로 벗어나자!
부모는 속이 터지면 안된다.
10대인 우리들의 아이는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말이 안되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을 반복할 수 있다. 그 때 부모인 우리는 속이 터진다는 표현을 할 만큼 답답하고 힘들다. 하지만 우리 부모는 속이 터지는 감정을 가지기보다는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냉정
하게 그리고 명료하게 아이들에게 규칙을 설명하고
본인이 한 행동들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를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해야 한다. 아이들의 부족한 판단력과 행동을 잘 다듬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자녀 교육에 성공과 실패? 가 있을까?
지금 우리 아이들의 상태가 어쩜 많은 이들에게는
자녀교육의 실패라고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었다!
나를 성장시키고, 나 자신을 찾아주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준 소중한 순간들! 그것이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의 사춘기였다. 아이들도 나도 아직 성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