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아이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다

아들아 방황해서 고마워_03 나와 자녀를 분리하는 연습 시작

by FriendlyAnnie

# 아이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다

오.마이.갓! 아들과 함께 레터링 타투를 하다!

Love & Faith


2019년 6월 8일 일요일


아들과 함께 레터링 타투를 하다.
두려워하지 말자. 달리 생각하자.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행동하자.


많은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아들이 레터링 타투를 하고싶다고 했다. 2학년 때부터 친구랑 같이 하고 싶다는 걸 말려왔었다. 예전 같았으면 철없이 형들이나 친구들이 하니까 그러는 거라고 판단해버리고 무조건 반대를 했겠지만 도대체 그것을 하고 싶은 아들의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궁금했다. 아들에게 그 레터링을 몸에 새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어봤다. 아들은 지금은 아무것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 문구를 몸에 새김으로써 자신의 마음에 깊이 새겨볼 수도 있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말했다. 어떤 문구를 새기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Changement et defi
프랑스어로 ‘변화와 도전’


글씨도 예쁘고, 자신도 변화하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여기 저기 주변인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 검색으로 레터링 타투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요즘은 어른들도 레터링 타투 정도는 악세사리처럼 한다고들 했다. 그리고 나서 레터링타투를 하는 것이 교칙을 위반하는 것인지 알아보았다. 담임 선생님 말씀으로는 교칙에는 타투에 관한 것이 없지만, 친구들에게는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타투에 관한 뉴스도 검색해보니, 현재 타투이스트 들은 법 자체가 없어서, 음지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샘이지만, 워낙 많은 타투이스트가 있고, 미국에서 처럼 국내 타투도 합법화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타투이스트의 자격과 활동에 관한
법안이 상정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까지 알게되었다. 우선 아들의 변화하고싶은 마음을 인정해주고 싶었다. 물론 반쯤은 허영심이 섞여있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 반쪽자리 진심이라도 엄마인 내가 인정해 주고 믿어주고 싶었다. 아들에게 제안을 했다. 레터링 타투 하게해줄테니 엄마랑 같이 가자고. 그리고 엄마도 너를 무조건 사랑하고 믿어준다는 의미에서 함께 하겠다고.

그리고 어느 햇살 따가운 일요일 낮에 우리 가족은 다함께 타투이스트를 찾아갔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들을 사랑하고 믿어주겠노라는 의미에서


Love & faith
라고 왼팔에 새겼다.


예전엔 하면 큰일날 것만 같아 생각조차 못했던 행동이다. 아직도 우리 문화에서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타투에 부여하는 자신의 의미가 긍정적이고 좋은 것이라면, 타투를 팔에다 새기는 행위는 비난 받을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도 모르게 생긴 이 변화할 수 있는 용기에 스스로를 칭찬해 본다. 사실 양가의 부모님들은 나의 타투를 보시고 한 번씩은 놀라며
물어보셨다. 그러나 이젠 타인이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는 마음보다, 내가 그것에 부여하는 가치의 중요함을 생각하기에 자신있게 부모님들께도 설명드렸다. 아이를 사랑하고 믿는 마음을 내 마음에도 새기고, 아이도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한 것이라고.


아이가 단번에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 걸려 변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 아님 20년 쯤 지난 어느날, 아들이 ‘우리 엄마가 나와 함께 타투를 하러 간 날, …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구나…’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우리 아들은 평생 자신을 지지해주는 엄마의 마음이 있었음에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에도 힘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딸래미 자퇴하던 날


아들은 레터링 타투를 해달라고 하더니, 며칠 뒤엔 딸이 밤 늦은 시간에 내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딸은 예고 입시에 실패하고, 우리 동네에서는 좀 빡세게 공부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정신적인 타격을 입은터라 완전 정신줄을 놓고 지내고 있었다. 매일 친구랑 있다가 11시나 되어야 귀가를 하곤 했다. 그런 딸이 갑자기 데이트 신청을 해서 오랫만의 딸과의 데이트라 기쁜 마음
뒤로 아이가 뭔가 할 얘기가 있구나라고 직감을 했다. 딸은 조심스럽게 음악을 하는 자신에게 수능대비를 하고있는 학교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


사실, 학기 초부터 많이 불안했다. 입학하고 3월 한 달은 아이 나름대로 적응해보려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힘들어 보였다. 학교에 다녀온 딸은 몸이 힘들다기 보다는 마음이 녹초가 되어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고, 늘 힘들어 보이는 아이를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들이 방황하는 동안 공교육이 아닌 다른 대안들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보던 터라 딸래미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를 했을 때, 놀라지 않았다. 이미 학교가 아닌 다른 길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고 있던 터라 딸래미에게 얘기했다.
“안 그래도, 우리 딸래미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엄마도 생각을 해봤는데 하루 종일 너랑 별로 상관 없는 공부하느라 학교에 있는 것이 괴로웠을 것 같아. 7월 안에 자퇴를 하면 내년 4월, 8월 검정고시 볼 수 있다고 하니까, 이번 학기 끝나면서 자퇴 신청서 내고, 다음 달부터 검정고시 학원이랑 음악학원 알아보자.”


둘이 마주 앉아 한 동안 울었다. 딸은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 놓고 안도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동안 힘들어서 말도 못하고 혼자 앓았을 딸의 마음이 측은했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라 생각했다.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고 아이가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이렇게 마음의 갈등 없이 서로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그리고 며칠 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딸래미의 학교로 향했다.
생각보다, 진로를 위한 검정고시 준비로 인한 자퇴는 숙려 기간도 없이 빠르게 처리가 되었다. 미리 입금했던 2학기 등록금도 되돌려 받고, 선생님과 인사도 나누고 돌아서서 나오는 길은 생각보다 마음이 가벼웠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늘 그 자리에 있던 공기일텐데, 그 내음이 다르게 느껴졌다. 딸의 학교 생활은 끝이었지만,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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