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엄마들의 감정

아들아 방황해서 고마워_03 나와 자녀를 분리하는 연습 시작

by FriendlyAnnie

엄마들의 감정



요즘은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이할 때 쯤이면 엄마들도 그에 못지 않은 시기인 갱년기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제자들은 5~6학년 쯤 되면 꼭 묻는다.


“선생님! 사춘기가 무서워요, 갱년기가 무서워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집집마다 달라~”
였다.


그렇다. 집집마다 다르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성격과 타고난 기질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집은 강력한 엄마의 갱년기가 아이의 사춘기를 잠재우기도 하고, 어떤 집은 강력한

사춘기에 엄마들이 갱년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다. 무엇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두 시기 모두 적절히 겪어야 아이도 엄마도 건강하게 독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자신의 감정과 신체의 상태를 충분히 건강한 방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터진다. 아이도, 엄마도 감정이 있는 인간이다. 우리는 기쁘고, 행복한 감정만을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어느 정도는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기쁘고 좋은 감정 외에 슬프고, 화나고, 우울한 감정들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만약 나쁜 감정이 왔다가 그 원인이 쉽게 해결되는 일시적인 경우는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나쁘고 우울한 감정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그 원인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나쁜 감정들이 지속되고 오래 반복된다면 그 원인을 스스로 찾는 힘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 나쁜 감정들이 처음 지속되는 걸 느끼면 피하지 말고 스스로 그 원인에 대해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우울한 생각과 감정들이 계속 튀어나오는 걸 딱! 멈춰보자. 그리고 뒤에 숨어있던 나의 진짜 생각을 끄집어내 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난 지금 왜 이렇게 기분이 가라 앉는걸까?
난 지금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난 지금 왜 자꾸 슬프고 눈물이 나는걸까?


이렇게 차근차근 자신에게 질문을 해 나가다 보면, 우울하고 슬픈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을 알게되면 그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자.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 해결해 보자. 모든 문제에는 해결 방법이 있다. 덮어 두고, 뒤로 숨지말고 스스로 해결하는 방향을 선택하자.
아이들을 기르다 보면, 홀로 감당해야 하는 육아에 몸도 마음도 지쳐서 우울하거나 나쁜 감정이 찾아와도 그냥 덮어버리고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엄마의 감정이 아이가 자라는 동안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얘기는 그냥 쉽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엄마는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야 한다. 물론 엄마들은 아이들을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느끼고 사랑한다. 하지만 엄연히 독립된 개체이고 살아있는 생명체인 아이들이기에, 예상치 못한 행동과 반응들을 할 수 있다. 이를 마주하는 엄마들이 좌충우돌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사랑스러워 하기도 하고, 야단치고 마음 아파하기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적으로 고립이 되기 싶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기르면서 힘들면 함께 도와주고 조언도 해 줄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와 엄마뿐이다. 예전엔 아이가 엄마에게 혼나면 등 뒤에 가서 숨을 수 있는 할머니가 계셨고, 엄마가 식사 준비를 하면 놀아줄 이모나 삼촌이 있었지만, 요즘은 아이와 엄마 뿐이다. 게다가 아빠는 직장에서 늦는다. 엄마는 아이와 단 둘이 보낸 고난한 하루를 뒤로 하고 아이를 재우면서 사랑스러운 맘, 미안한 맘이 교차하는 걸 느낀다. 그렇게 엄마와 아이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기에 모든 가정 내의 문제나 자녀의 문제가 엄마의 잘못인 듯 한 시선과 책임의 압박을 느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또 한 번 고립이 된다. 그러다보니, 의논의 대상은 없고 부담은 배가 된다. 그 과정에서 남편의 사랑과 자녀 교육의 성공이 뒤따라 주지 않으면 우울의 늪에 빠지기도 쉽다. 아이들과 소통하기 보다는 이웃의 엄마들과 소통을 하며 아이들의 외적 성장을 재촉하게 된다.


관계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어떤 관계에서든 나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 관계에서 오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를 누르는 힘들고 슬픈 감정들이 해결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고립이 된 엄마는 혼자의 힘으로 그 관계들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할 용기가 잘 나질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여성들은 순종하고 인내하고 살아야 한다는 오래된 우리의 관념과 기준 때문일 것이다. 힘들어도 그렇게 남편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내색하기 보다는 잘 감당해내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엄마들은 아이들과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킨다. 하지만 그 고립된 공간에서 벗어나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야기 할 줄 알아야 한다. 남편에게,

그리고 다른 가족들에게. 그리고 요즘은 예전보다 가정일과

육아를 돕는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정말 다행이긴 하지만 3~4인 가족이 늘어나는 요즘 아빠들도 이제 더 이상 육아를 엄마의 담당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두 사람이 사랑해서 이룬 소중한 가정인 만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늘 잊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다.


나는 심리 전문가나 관계 전문가도 아니지만, 내가 관계로 인해 오랫동안 힘들었던 경험과 어떻게 관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경험을 나누고 싶다. 요즘 나의 타이틀은 ‘Friendly Annie’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불러주는 게 좋다. 이제 서툴지만 친근하고 따뜻한 내가 좋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적부터 똑부러지는 면이 하나도 없었다. 어눌하고 서툴고, 어리버리 실수 투성이였다. 느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의견을 분명히 말할 줄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문제가 생길것 같으면 그냥 내가 물러나고, 부모님이 하지 말라면 문제가 생길까봐 하지 않았고, 결혼을 해서는 역시 시부모님 말씀에 문제없이 따르는 며느리고자 했다. 그렇게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한 때는 시어머님 전화만 와도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사실 어찌보면 우리들의 시어머님 세대에 대해서도 우리가 비판만을 할 수는 없다. 그 분들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순종과 헌신을 강요받던 시절을 살아내셨으니, 당연히

며느리들에게도 그것을 관습적으로 원하지만 시대가 너무나 빠르게 바뀌어 두 세대의 여자들은 모두 힘들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환경에 놓인 것이다.


그렇다면, 예전처럼 순종과 헌신을 강요하는 시어머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부담스러운 관계에서 편안한 관계로 만들어 갈 것인가? 방법은 사람의 성향이나 집안 상황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진심으로 힘든 나의 상황과 마음을 어머님께 전했다. 결혼생활이 20년이 다 되어가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우리 가정을 보면서

어머님도 많이 답답하셨을 것 같다. 15년 정도는 나는 어머님 보시기에 살림도 바깥일도 잘 하는 며느리고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해마다 김장도 혼자 담궈 먹고, 바쁜 와중에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 먹거리를 직접 준비하고 내 능력 이상으로 하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당연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을 하려니 몸도 마음도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눈으로 직접 보는게 아니니 시댁 식구들은 내가 얼마나 힘겹게 살고

있는지 모르시는게 당연했다. 더 부모님께 연락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기르고, 살림도 잘 하길 바라셨던 시어머니와 마주하면 몇 년간은 서로 힘들었던 것 같다. 몇 해 전에 전화 통화 끝에 어머님께서 화나서 전화를 끊으셨고, 그 때 난 생각했다. 평생 함께 할 가족이기에 나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기로 했다. 요즘은 서로 감정적으로 힘들 때는
문자나 카톡을 통해서도 서로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으니 좋은 것 같다. 결혼 초반에는 시부모님께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난다. 그 사이 세월이 참 많이 달라졌다. 아무튼 의견을 문자나 카톡으로 전달하더라도 최대한 어머님께 진심을 담아, 정중하게 했다. 내가 존중 받고 싶으면, 어머님에게도 먼저 진심어린 존중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머님과 안 볼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로 잘 지내고 싶고,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 꾸짖기만 하시고 비판만 하시니 힘들다는 점과 자주 통화 못해도 한 번 할 때 즐겁게 통화를 하면 다음에 또 통화를 하고 싶을 것이다… 등 내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였다. 며칠 후 어머님은 핸드폰으로 시골 집에 새 식구가 된 강아지 사진을 보내주시며 간접적인 화해의 표현을 하셨다.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한국인들은 솔직하지만 부드러운 의사소통을 어려워한다. 요즘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오거나, 외국인들의 문화를 많이 접해본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많이 달라지고 있고 우리
아이들의 세대는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인들에겐 솔직한 표현이 어렵다. 예전에 대학원 수업 중 어느 시간에, 교수님께서 발표가 있을 때면 모든
발표자에 대해 참관자들이 좋은 피드백과 부정적인 피드백을 정중하게 줄 것을 요청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발표 후 동료에게서 듣는 부정적인 피드백은 참으로 당황스러웠고, 어떤 멤버들은 서로 감정싸움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점에 대해서 솔직하지만 부드럽고 정중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한다면, 표현을 못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엄마의 감정에 대해 얘기해보자. 엄마가 다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정확하게 주변 사람에게 요청할 수 있다면, 엄마는 사회적으로도 주변인들로부터도 고립되지 않고 좋은 협력자들과 함께 우울하지 않은 육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얻어진 안정적인 엄마의 감정은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아이들에게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도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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