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침에 달리기를 하러 나서면서 가장 처음 보는 건물은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중학교이다.
내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학교란 내 생활의 많은 부분, 아니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공간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세 군데를 다녔었다.(당시는 국민학교라 불리었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다니다 보니 6년 동안 세 곳의 학교를 다녔지만 적응하기 힘들거나 어려움을 겪은 경험보다는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이 꽤 많았던 학교들이었다. 중학교에 가면서 학교는 친구들과의 추억의 공간이기보다는 학업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어 갔고, 고등학교 시절은 60명이 빽빽히 앉아 수업을 들고 도시락을 미리 까먹고 하루 다섯끼를 먹고, 야자를 하던 기억이 거의 전부인 듯 하다.
지금의 아이들에겐 학교란 어떤 공간일까?
초등학교 시절은 우리때랑 많이 다르지 않은것 같다. 달라진게 있다면 사교육으로 인해 방과후 아이들이 더욱 바빠져 친구랑 놀 시간이 확연히 줄어든 점이다. 아이들은 놀 친구가 없어 학원에 가고 운동 집단도 학원을 통해서 형성이 된다.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는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하루 일과를 보낸다. 귀가 시간은 거의 학원이 끝나는 밤 9시나 10시 이후가 되었다. 아이들은 놀 시간도 책 읽을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모두 상실했다. 하루 일과에 지친 아이들은 생각할 시간도 자신을 알아갈 시간도 없다.
학교에서도 판단 기준은 공부를 잘 하는가 못 하는가 이고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자신을 탐색할 시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다니는것 자체가 문제시 되기도 한다.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은 그들대로 스트레스와 말못할 어려움들이 생기고 공부를 못하거나 안하는 친구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시 된다.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면서 점점 병들어 간다.
나의 두 아이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면서 학교밖 아이들이 되었다. 딸은 음악을 하겠다고 학교를 그만두었고, 아들은 중학교 시절 학교라는 공간을 계속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더니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처음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을 못하는게 그저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학교라는 공간이 내겐 아쉽고 마음 아픈 공간으로 변해 갔다. 끊임없이 학교를 탈출하려는 아들을 잡아서 학교에 억지로 앉혀 놓으면서 우리 아들이 그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기를 소망했었다. 이제 나의 두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자신들의 길을 걷고 있다. 딸은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하면서 점점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고, 아들은 이곳 저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삶의 전선에 뛰어들었다. 몸으로 부딪쳐 삶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3년 아이들의 학교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보고 듣고 생각했다. 지금 나름대로 정리된 나의 생각은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 문제가 있어서 학교가 어려운 곳이 된게 아니라는 것이다. 시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고 우리 딸처럼 음악을 하고자하는, 자기만의 길을 걷겠다고 하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주어질 수 없는는 학교 체계와 기성세대의 관념이 아이들의 다름을 인정하기 힘들게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실수로부터 배우고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들이지만 학교에서는 처벌만 있고 아이들이 변화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선생님들에게도 자신을 표현할 기회와 아이들과의 소통을 할 겨를도 주지 않아 학교는 아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점점 어려운 공간이 되어간다. 그러한 체계가 아이들과 선생님의 등교를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매일 출근하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선생님들도 꽤 있으시다.
학교라는 공간이 나의 자녀의 사춘기를 통해 처음엔나에게 아쉽고 가슴 아픈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통해 다시 돌아보니, 학교에서의 갈등과 문제, 그리고 학교로서의 기능의 상실은 구성원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평가 위주의 체계와 교사들에게는 업무 체계까지도 학교 안의 모든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것들인 것 같다.
그렇다면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학교가 다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학교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다시 생각해보아야할 시점인 것 같다. 나는 무엇보다도 학교가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과 선생님들 모두가 자신을 찾아갈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따뜻하게 소통하여 해결하는 과정이 존재하는 그런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그런 변화가 없다면 학교는 존폐의 위기를 겪을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의 교육과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잘 배우고 성장하기 위한 학교의 변화를 위해 우리 학부모들이 의식적으로 교육의 목적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의식이 변화하면 학교의 변화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위해 함께 노력을 더하는 우리가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