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말에 잘 따르고 학교에서 정해준 규칙을 잘 지키며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훌륭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대부분의 어른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소위 말하는 학생다운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왔다. 어른들이 정해 놓은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알아보려는 노력은 없었다. 단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규칙을 잘 지키고 성실하기만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10년 전, 20년 전 아이들은 대부분이 어른들의 그런 요구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라 주기도 했다. 5년 전쯤 내가 가르치던 친구 중 한 명은 – 그 당시 중3이었는데 – 아주 똘똘한 친구였는데, 수학은 숫자만 봐도 어지럽다고 했다. 국어와 영어는 늘 만점에 가까웠지만 수학은 시험 때마다 찍는 친구였다. 그래도
수학도 만일을 대비해 공부하는 게 어떻겠냐는 주위의 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학 공부를 거부하던 그 아이는 그림을 아주 잘 그렸었다. 결국 그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스스로 유럽으로 미술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났다. 주위에서는 불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었지만, 그 아이는 스스로의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냥 남들이 모두 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친구들 속에서 그 아이는 방향을 스스로 틀은 것이다. 빠른 시간 안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방향을 틀 줄 아는 그 아이의
미래는 정말 기대된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쳐 왔지만, 이 친구 같은 아이들은 쉽게 만나는 친구들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딸이 그와 비슷한 방향 틀기를 하고 있다. 일하느라 바쁜 엄마였던 나는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딸아이는7년째 운동 삼아 인라인 강습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생활체육 분야로 진로를 선택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6학년 무렵부터 자꾸 음악 선생님을 찾아 다녔다. 그냥 음악 선생님과 좀 친한가보다 했는데, 아이의 마음 속에는 음악에 대한 꿈이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가 조금의 관여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꿈을 찾아 행동하기 시작한 딸 아이가 돌이켜 생각해 보니 신기하다. 조금씩 꿈을 키워가던 딸 아이는 중2때는 적극적으로 행동을 시작했다. 교내 밴드부를 선생님께 제안해서 만들고, 회원들을 모집하여 연습시키고, 공연하고, 대회에도 나가고… 그 모든 것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본인의 의지로 중학교 졸업을 하는 순간까지 해 나갔다. 그 때 나는 알았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는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물론 요즘은 음악을 하는 친구들도 넘쳐나고, 실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친구들도 많다. 우리 딸이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소개했던 나의 학생이나 딸에게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고 그 방향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는 이 아이들의 삶은 진정 살아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어쩜 우리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하고 실패도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 결과를 경험해 본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더욱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르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세상은 더욱 평화롭고 따뜻하고 행복할 것이며, 그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발전을 가져올 무한한 에너지를 가진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