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엄마와 아이의 분리

자신을 찾아가는 엄마와 아이

by FriendlyAnnie

엄마와 아이의 분리

엄마와 자녀의 분리에 대해서 생각을 하자면, 먼저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으로 다시 한번 돌아가 본다. 10개월을 엄마의 몸 속에서 엄마와 교감하고 탯줄을 통해 양분을 잘 공급받던 아가는 드디어 스스로 먹을 수 있고 숨 쉴 수 있는 준비가 되어 힘차게 박차고 세상에 나온다. 우리 남편은 첫째의 탯줄을 끊던 기쁨에 눈물 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아이는 그렇게 물리적으로 엄마와 분리되어 세상에 태어난다. 만약 10개월이 지나도 미성숙하거나, 10개월이
되기도 전에 미숙아로 태어나는 아가들은 세상에 나와서도 더 많은 케어를 받아야 한다. 또는 완전히 스스로 호흡하고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태어나서 얼마 안 되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렇게 물리적인 첫 탯줄에서 분리가 되어 아이가 자라는 동안에도 엄마와 아이는 심리적 탯줄은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상태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늘 부대끼고 안아주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가기 전까지는 아침에 눈떠서 밤에 잠이 들때까지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후로 서서히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면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고 엄마와 물리적으로는 조금씩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아이는 바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아이가 자신과 한 몸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끊을 수가 없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아이가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그것도 당연한 일인 듯하다. 그리고 아이는 중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아이는 점점 친구들과의 관계에 빠져든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심리적 탯줄을 끊기 위한 신호를 아이 스스로 부모에게 보내는 것이다. 모범생이건 방황하는 아이이건 자신만의 시간과 또래집단과의 교류가 필요한 시간이 된 것이다. 학교 공부가 전부인 것처럼 아이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불안해하는 부모들의 눈을 피해 아이는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심리적 탯줄을 스스로 끊기 위한 기초작업을 해야 하는 아이들이 요즘은 진학과 취업 등의 이유로 맘껏 심리적 탯줄을 끊기 위한 준비, 즉 스스로 설 준비를 할 여유가 없다.
자기를 돌아보고 세상을 탐색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진학을 위해 주어진 패턴과 프레임을 따라가기 바쁘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아이들은 스무 살이 되어도, 서른 살이 되어도, 심지어는 마흔 살이 되어도 부모와 심리적 탯줄을 끊을 용기를 내어보지 못한다.

아이들이 심리적인 탯줄을 끊고 진정으로 독립된 개체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기 때 엄마 뱃속에서 충분한 사랑과 양분을 받았던 것처럼, 아이들이 심리적 탯줄을 끊기 위한 준비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여유로운 사랑과 믿음의 양분을 충분히 주는 엄마들이 되어주면
좋겠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고, 방황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자신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내는 아이들을 무조건 진학과 취업을 위한 공부의 늪으로 밀어 넣지 말고 스스로 찾아갈 시간을 주는 엄마들이면 좋겠다. 사실 난 아이들을 공부의 늪으로 밀어 넣는 엄마는 아니었지만 어릴 적부터 바깥일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아이들에게 푸근한 사랑을 주지 못한 엄마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 사랑의 양분과 관심과 대화의 양분을 공급해 주려 한다.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려 한다. 아이들이 심리적 탯줄을 끊고도 불안해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나아갈 힘을 얻기를 바란다.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에 대해서 많이 탐색하고 연구해 보고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 나서기를 바란다.

그렇게 아이들이 스스로를 찾아가는 동안 나도 60세, 70세에 이루고자 하는 내 꿈을 하나씩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려 한다. 그럼 아이의 독립에 이어서 엄마의 독립도 완성이 되는게 아닐까 한다. 마흔이 되어도 심적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자녀에 시름하는 70대 노인층이 늘어가고
있다고 하니 우리의 노후에 대해 한 번쯤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난 70이 되어서도 자식을 뒷바라지하면서 힘겨워하는 노인이 되고 싶진 않다. 70살 이후엔 우리도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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