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시한부 강아지와 백수의 쌍방 돌봄 일기
비가 오면 일부러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어둔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려고. 빗방울이 떨어지며 만들어내는 백색소음은 나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데, 너에게는 그렇지 않나 보다.
비가 오면 산책을 나가지 않는다. 우비를 입고 나가는 반려견들도 있지만, 핑계를 대자면 네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몇 번 비 오는 날 외출을 한 적이 있지만 우리 둘 다 썩 유쾌하진 않았다. 어쩌면 반려인의 태도가 애초 '비가 오면 산책은 어렵지'에 그쳐있어서 네가 일찍이 낙심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너는 빗소리를 들으면 나가자고 보채지 않고 자동급식기 앞에서 점심 밥 시간을 기다린다.
휴대폰도, TV도 사용할 수 없는 너는 산책이 아니면 어떤 재미로 이 일상을 흘러 보내는지 종종 생각한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반려인의 얕은 생각이다. 너는 빗소리를 들으면 어떤 생각에 잠기는가?
2024.07.02
시한부 강아지와 백수의 쌍방 돌봄 일기
'우리는 같은 지구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