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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Jul 05. 2024

평생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착각

심장병 시한부 강아지와 백수의 쌍방 돌봄 일기

폐수종을 앓은 뒤 죽을 고비를 넘긴 반려견은 놀라울치만큼 회복해갔다. 반려동물에게 폐수종이 오면 1-2년 시한부라고 한다. 그럼에도 똑같이 장난감을 가져다주고, 매일 같은 시간에 나를 깨우는 걸 보면 5년은 더 살지 않을까하는 욕심을 갖게된다. 12살인 너는, 아주 평생 내 곁에 있을 것 같다. 정말로.



최애 공과 함께

아침과 저녁으로 독한 약을 먹이고, 빨리 밥을 달라고 보채는 개를 무시해가며 뜸을 들인다. 약의 흡수를 돕기 위해 20분 가량의 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음식을 씹지 않고 먹는 식이장애가 있는데, 음식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지는 근황이다. 



나는 반려견이라는 가족을 더 살뜰히 돌보기 위해 퇴사를 선택했다. 한 가지 이유만은 아니었지만, 곧 나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퇴사를 하면 온동네를 누비며 이 녀석만 바라볼 줄 알았다만, 자유라는 틀에서 돌봄도 느슨해졌다. 넌, 영원히 내 곁에 있을테니까. 라는 마음가짐으로.









하지만 오늘 아침, 나는 너의 죽음을 미리 경험했다. 산책을 나가는 길목에서 경기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찾아오면 얼어버린 것 처럼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심장 마사지를 해줘야 하나, 손을 대면 더 힘들어하려나, 당황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는 너도, 나도, 어쩔 줄 몰라한다. 그저 그 시간이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행히 경기는 3분 내로 잦아들었다. 어젯밤 산책을 하지 못한 탓에 흥분도가 올라갔기 때문일까. 혹은 비를 핑계로 너를 덜 보듬고 내 할일만 했던 탓일까. 나는 아직도 너를 잘 돌보는 방법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까, 3년만 주라. 5년도 말고 3년. 많이 양보할테니, 최소 3년은 살아달라고 빈다.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마지막 순간에는 우리 모두 당황하지 않고 '괜찮다..'라고 끝없이 되뇌어줄 수 있길 바라며, 그 힘을 기르기 위해 이 글을 쓴다. 





2024.07.03.

시한부 강아지와 백수의 쌍방 돌봄일기

'우리는 같은 지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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