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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Jul 07. 2024

강아지와 자의식 과잉

심장병 시한부 강아지와 백수의 쌍방 돌봄일기

어젯밤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반려견이 그제와 어제 모두 경련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쳐 누워있는 강아지를 토닥이며 "괜찮을 거야"라고 다독였지만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얘가 없어지면 난 어떡하지? 그럼 정말 큰 일인데. 살아갈 수 있으려나?"



한 존재에 이렇게 기댔던 순간이 있었던가. 없었다. 친구에게도, 연인에게도, 원가정에게서도 이렇게 의존해 본 적이 없다. 아주 만일 자식과 배우자가 생긴다 해도 이 정도로 순수히 존재 자체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는 그렇다. 


한편으로 그래서 이 친구는 버거울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반려견이 살아있는 상태에 집착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 집착한다. 생에 대한 집착. 내 욕심대로라면 곁에 오래도록 있어줬으면 해서. 개를 위한 마음이라기보다, 개로부터 돌봄을 받아온 나의 이기심일 수 있다. 정작 이 순수의 결정체들에게 죽음의 실체는 없지 않을까 싶다.



불안감 속에서 헤매다 잠드는 바람에 늦잠을 잤다. 낑낑 우는 소리에 잠을 깼다. 밥을 달라는 소리이다. 잠들기 전 평소보다 빠른 네 호흡에 마음을 진정하지 못했던 밤이 무색하다. 너와 나, 모든 미물의 생은 이렇게 무심히 흘러갈 것이다. 




2024.07.05

시한부 강아지와 백수의 쌍방 돌봄일기

'우리는 같은 지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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