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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화토크

충격적인 핏빛 바디호러 <서브스턴스> 후기

확신한다. 감독은 완벽한 변태다.

by 세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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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무어가 나오는 이 영화는 육체의 젊음, 예쁨과 '나'에 대해 다룬다.

예고편을 꽤 흥미롭게 봤기에 극장을 향했다.

사실 난 오전 8시 조조로 12석이 모두 예매되지 않아 혼자 볼 수 있는 곳에서 보려했었다.

아침에 이걸 그 큰 영화관에서 혼자 봤었으면 하루종일 후유증에 시달렸을 생각하니 끔찍하다.


후유증이라고? 의문이라면, 그렇다.

정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대담한 역겨움과 광기, 기괴함의 향연'이었다.

미사여구가 많이 붙는데, 어쩔 수 없다. 뭐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사실 장르도 뭐라 표현하기가 애매하다.

블랙 코미디같으면서 고어하고

호러인가?하면 호러는 아닌거 같은데

컬트 고전이면서도 꽤 웰메이드이기도 하고.

이러나 저러나 결론적으로 추천한다.




시놉시스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되던 날,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돌아가던 길에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는다.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가 탄생하는데...

단 한 가지 규칙,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지킬 것.

각각 7일간의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한다면 무엇이 잘못되겠는가?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인상깊은 씬

감독은 천재다. 비꼼의 천재


컬트적인 요소를 갖지만, 꽤 블랙 코미디스러운 sarcasm이 곳곳에 미장센과 함께 배치되어있다.

나이들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 여성의 에로티시즘을 소모하는 것에 아주 직설적인 비판을 보여주는데, 인상 깊었던 씬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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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와 뒤에 보이는 나이든 중년남성, 그리고 서빙을 하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종업원

여종업원은 음식을 내려놓기 위해 허리를 숙이며 팬티가 거의 보일듯한 뒷태와 함께 자극성과 대비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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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는 역겨울정도로 새우를 게걸스럽고 까먹고, 이후 씬에서 까먹은 새우를 줌인할때는 마치 까진 새우가 소모된 여자들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며 하비는 말한다. "여자 50살?" "끝났지"

이에 엘리자베스를 비추고 엘리자베스의 음료를 비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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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속에 빠진 파리다. 물속에 빠져 살려고 발버둥치나 결국 허우적거릴 뿐인


다른 생각나는 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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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와 함께한 하비

이때 수와 함께 무대에 설 백댄서들이 지나가는데 가슴을 내놓았으며 티팬티로 겨우 가린 차림인 젊은 여성들이다. 남성들은 그들이 지나가는걸 위아래로 훑으며 바보같은 표정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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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기서 하비는 예쁜 여자는 웃어야한다며 수에게 웃으라고 말한다.

당시 수는 룰을 어기며 육체가 붕괴되고 있는 상태로 정신이 나가는 상황에서도 눈물맺힌 눈으로 억지로 웃음을 짓는다



평가

감독은 천재다. 그러나 약간 미쳐있다.

연출의 질이 상당히 높다. 미장센이 출중했다.

연출쪽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미대출신인가 싶을 정도로 재치있게 색을 잘썼고, 음향도 감각적이다.

현대미술에 조예가 깊나하고 혼자 생각해 볼 뿐이었다.


물론 후반에는 컬트적인 요소가 나오며 응? 했지만 이것 또한 블랙코미디 같은 요소로 의도한게 아닌가 싶다.

감독이 잘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건, 어느부분에서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불편한 지점을 사람을 피곤할 정도로 몰아붙인다.

이정도면 끝나겠지를 간단히 부수며 인내력에 한계가 올때까지 질질끌며 사람을 괴롭게 한다.

특히 마지막에 피분수 씬이 있는데 락 같은 음향과 함께 유쾌하면서 기괴하고 괴롭고 별의 별 감정을 다 느끼게 했다. 이 씬은 또 상당히 길어서 사람을 구석으로 몰만큼 몬걸로 모자라 내 몸을 짓누르고 내 내장이 튀어나오게 하는듯한 느낌이었다.

한도끝도 없이 몰아붙여서 이 부분에선 나도 나갈뻔 했다.


끝나자마자 내가 한 말은 "힘들다" 였다.

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다 나와 똑같았다.

영화 한편 본 것 뿐인데 풀마라톤을 한 것 처럼 다들 지쳐있었다.




개인적인 생각

늙음은 자연스러움이다

남성들의 시선과 평가를 통해 여성의 에로티시즘은 소모된다. 특히 엔터 업계에서 모멸적인 시선과 평가를 받으면서도 사랑 받으려는 엘리자베스에게 늙은 나에 대한 인정과 여성 차별적 시선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는 어렵다.


등장인물들이 성차별적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외면하는 태도를 가진다. 이는 업계의 차별적 관행과 작품이 내세우는 공포의 근간이 '늙는다'는 거부권 없는 태생적 순리에서 비롯되어 있음을 피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이는 시청각적 폭력을 외면하고픈 관객들의 심리와도 연결되어있다.


즉, 엘리자베스가 지금의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건 젊음을 강요한 하비와 주변인들이며 더 나아가 사회 전체가 그녀를 망쳐놓았다는 소리이자,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도 그 영향력 아래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일침이다.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신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체를 바라보는 방식과 그것이 우리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다.

영화는 거울이며, 우리의 불편함은 우리 자신에 대한 숨겨진 편견과 두려움을 드러낸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늙음은 평가 절하되어 있다.

늙음을 막연한 두려움, 부정적으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탄생이 있다면 죽음이 있고, 젊음이 있다면 늙음이 있을 뿐이다.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순환 고리이니, 아름답게 늙는 것에 중점을 두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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