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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은 결국 흔적을 남긴다

시간이 지나도 남는 것

by 세비지

진정성이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때로는 눈빛에서 느껴지고, 태도에서 드러나며, 말 한마디에서도 전해진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의 말에는 유독 힘이 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정성은 보이지 않지만, 마치 단단한 보호막처럼 그 사람을 감싸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말을 듣고, 또 수많은 말을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얼마나 될까?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는 때로는 수십 년이 지나도 우리 마음속에서 울린다. 그것은 마치 깊은 우물 속에 던진 돌멩이처럼, 끊임없이 잔잔한 파문을 만들어낸다.


오늘 오래된 네이버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2010년에 작성한 독서 블로그였다. 그곳에는 당시 국어 선생님의 댓글이 남겨져 있었다. 놀랍게도 나는 그 댓글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박민규의 『카스테라』에 대한 리뷰였다. 사실 그때는 과제였기 때문에 마지못해 쓴 글이었다. 대충 써 내려간 글이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 꽤 귀엽고 솔직한 기록이었다.


개인적으로 읽은 책중 가장 생각할게 많았고,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개인마다 '카스테라'를 읽을때 '카스테라'의 뜻하는바가 다 다를것 처럼 느껴졌던 작품인거 같다. 수업시간에 몰래 읽었는데 계속 수업을 들을수가 없었다. 혼자 묻고 혼자 답하고 하느라;

생각할때마다, 읽을때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르게 느껴지고 단어도 생각할수록 뭘의미하는지 모르겠고, 그래도 뒤에서 작가의 말을 읽고 다시읽으니 감이 잡히는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하다.

그래도 세월이 지나서 어른이 됐을때 한번 더 읽어 보고싶은 책이다.
작가가 카스테라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음.. 사랑? 용서? 너무 어렵다..

마지막에 결국 이 자취생은 선악과 해악이 뒤섞인 카스테라를 먹으며 모든것을 다 용서할수 있는 맛이라고 했나? 뭐 그랬던거 같다. 냉장고는 카스테라를 만드는 하나의 수단? 이 아닐까

작가는 인간은 부패를 막기위해 냉장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냉장고에서 볼때 이 세상은 얼마나 부패했는가 라고 했다. 작가는 냉장고에 해악과 선(세상)을 넣었다.-> 해악과 선의 부패를 막기위해 넣었다. 그리고 그것은 카스테라가 되었다. 화자는 카스테라를 먹으며 운다..

??????????????

더이상 부패되질 안길바라며 냉장고에 부패된 것들을 넣었고 그것은 하나의 물질과 물질과 물질들의 결합체인 카스테라가 되었다. 뒤에서 작가말에서는 살 수없는 카스테라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있다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


꽤 귀여운 리뷰지 않은가 ..ㅎ(강요)

문법도 엉망이고, 문장이 꼬여 있지만, 당시 나름대로의 고민이 담긴 글이다. 무엇보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글을 다 읽고 선생님이 댓글을 남겨주셨다는 것이 새삼 감동으로 다가왔다.


선생님이 달아주신 댓글

한번 읽고 이해 안 되는 책은 세상에 너무나 많아. 그만큼 독자가 소통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지. 노력하는 독자일 수록 얻는 것도 많은 거야. 되풀이 읽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노력. ^^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책은 매번 다르게 느껴져. 새로운 즐거움이 생기지. J가 자란 만큼 책도 달라지는 거야. ^^


선생님의 진정성은 단순히 댓글 하나를 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320명의 학생들 모두를 개별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귀담아 듣겠다는 의지였다. 5지선다형 시험이 아닌 서술형과 논술로 평가하는 것(내 고등학교는 그랬다), 100권의 추천도서를 선정하고 학생들의 독서 블로그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왜일까? 그것은 교육에 대한, 학생들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 지식을 연결하고 자신만의 논리적 구조를 세워 의견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우리 인생에서 모든 것이 교과서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오히려 우리는 평생 학생으로서 새로운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선생님은 이런 삶의 여정에서 스스로 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고의 근육을 키워주고자 하셨던 것이다. 이러한 깊은 교육적 철학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의지로 부터 그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성은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때로는 희생을 요구한다. (아마 당시에도 나의 고등학교 수행평가 방식과 시험 체점 방식에 대해 학부모들의 민원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값지다. 진정성은 당장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은 마치 땅 속 깊이 뿌리내린 나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그늘을 만들어낸다.


지금 와서 보면 이 블로그는 부끄럽기도 하다. 어설픈 문장들, 정돈되지 않은 생각들이지만, 그것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던 선생님의 마음이 함께 남아 있다. 그 마음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를 울릴정도로 따뜻했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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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따뜻한 댓글들

다 읽고나면 정말 알차고 재미있고 뿌듯했단 생각을 하게 될 거야. 읽은 애들이 다 그런 반응이더라구. 추천도서 중 의외로 굉장히 인기 높은 책. ^___^ 시도한 것만으로도 장해. ^^
와, 이 책을 읽었구나. 여학생들은 이런 인문학서를 잘 안 읽더라구. 재미있게 읽었다니 정말 뿌듯하다. ^^ 짝짝짝!
이 책 좋지? 재미있고 슬프고 아름다운 작품이야. ^^ 이 작가의 첫 소설을 사두고 샘은 독서일기 검사하느라 바빠서 읽지를 못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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