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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장미냐, 그 장미냐

우리는 상실을 통해 배운다

by 세비지

누구나 눈, 코, 입이 달린 똑같은 사람이지만, 관계를 통해 특별해진다. <어린 왕자>에서도 말하지 않는가.

수많은 장미 중 하나의 장미만이 어린 왕자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그 장미를 위해 들인 시간과 공 때문이라고. 여우가 말한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라는 말처럼, 관계가 없다면 그 사람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서 살아가지만, 관계를 통해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고 무너뜨리고 새로 세우며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가끔 관계가 파국으로 끝나면, 그 사람의 특별성과 과거의 추억들이 폭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스러웠던 그 사람을 친구에게 말할 땐 ‘그 개x식’, ‘그 x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울었던 시간도 많지만 웃었던 시간도 많았을 것이다. 그 사람의 세계를 이해해 보려 노력했던 시간이 아까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우린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수록,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있다. 경험이라고 하던가. 우리가 왜 경험이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경험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 수가 있으며, 나의 부족함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경험은 ‘앎’과 상통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미 지나간 일에, 그 사람을 미워함에 쓰지 말자. 그저 하나의 여행일 뿐임을, 그저 지금은 경험이 된 과거 시간 속의 그 사람의 특별함을 인정할 뿐이다.


나의 세계를 확장시켰던 심오한 경험에 대해 높은 값을 쳐주자. 다음엔 이 경험을 기반으로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고 관계라는 여행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관계를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서로의 성장을 돕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이는 우리를 더욱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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