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본적 있다.
이 질문은 내가 살아오면서 마주한 어른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행동을 마주하고 실망하며,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에서 시작된 질문이다.
소외된 나약한 자들, 가령 노약자나 어린아이에게 소리를 친다거나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 반말을 한다거나
밥상에서 코를 크게 풀거나, 손으로 입을 막지않고 재채기를 한다거나
정치적 견해나 종교를 맹목적인 광신도같은 믿음으로
"하나님 믿지 않으면 지옥갑니다!"라고 하루종일 확성기로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
"나때는.." 하며 예전의 내가 얼마나 잘났었는지 일장연설하며 마이크를 놓지 않는 부장님
결혼을 했지만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이를 실망시키는 사람들
술을 먹고들어와 물건을 부시고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
여자가 무슨 공부냐며, 시집이나 가라는, 오빠만 이뻐하는 할머니
우리의 다짐은 부끄러움, 도덕성, 예절, 존경과 존중같은 기준들로 이루어졌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우리가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 우리는 조금 달라진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점점 더 피상적이고 현실적인 형태로 변한다.
집은 서울에 있는 아파트여야 하고, 좋은 차를 가져야 하며, 아이는 좋은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를 옭아맨다. 현실적인 기준들은 우리의 여유를 앗아가고, 이전에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들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마치 부장님처럼,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분법적인 세상에서 자신의 자랑스러움을 떠들며 존재의 당위성을 강제로 사람들에게 떠미는 사람이 되어간다.
집에가면 숨만 막힐뿐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괜찮다 다른 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
요즘은 돈이면 다 되더라. 돈만큼 쉬운게 어딨나.
하며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사는게 다 이렇지'라며 자기위로를 하지만 문득문득 공허함과 외로움, 고독, 자기혐오 같은 것들이 찾아온다. 이런 변화는 꽤 씁쓸한 맛이다. 그럼 다시돌아와, 우리가 추구해야할 참된 어른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렇다.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꿈꾼다.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그 자체로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고, 작은 것에 기쁨과 감사함을 느끼며, 타인의 경사엔 시기와 질투 대신 순수한 축하를 건네고, 일상을 만드는 당연한 모든 것이 궁금한 그런 어린아이.
색 바랜 아스팔트조차 눈에 담겨지는 순간 그 빛을 볼 수있는 그런 천진난만한, 하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