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틀
사고 실험을 좋아 한다. 거창하게 사고 실험이라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만약에..."다. 만약에 20년 후에 영생이 찾아온다면 지금 어떻게 살아야 될까? 만약에 화성에 테라포밍이 성공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어렸을 때도 왜요? 를 남발하는 꼬맹이었지만 지금 처럼 체계적인(?) 만약에와는 달랐다. 내가 이렇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 중 하나가 ㅁ이다.
ㅁ과는 종합학원에서 처음 만나 고등학교 내내 같은 반에서 학원을 다녔다. 우리는 밤 10시까지 수업을 듣고 새벽 네시까지 학원에 있다가 셔틀에 실려 집에 가곤했다. 2시쯤이면 졸려서 독서실 구석에 가서 졸았던 나와 달리 ㅁ은 4시까지 자주 제 정신이었다. ㅁ은 피어싱과 가끔하는 염색말고도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스스로에게 실험을 한다는 점이었다. 의대 지망생 ㅁ은 주말에도 내신공부를 하느라 바빠서 언제나 수면이 부족했다. 실험 대부분의 동기는 수면 부족이었다. 자연스레 실험의 목적은 더 적게 자거나 더 효율적으로 공부기 위해서 시작됐다. 실패가 더 많았다. 주로 적게 자는 일에서는 실패했고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일은 가끔 해냈다.
오랜만에 ㅁ을 만났다. 이사를 기념한 1년만의 자리였다. 둘 다 만약에를 좋아해서 만약에 이러면 어떨까로 한참을 떠들었다. 요즘의 내 관심사는 중국이 빅브라더가 되면 어떨까? 인공 지능의 발전이 노동의 소멸을 의미하나? 인데, 이 친구도 창업을 한 적이 있고 마침 인공지능과의 접점이 있는 회사에 있어서 대화가 다채로웠다. 중국의 전략을 이야기하다가 중국의 잔인함이 영국/벨기에만 못하다는 이야기 쯤에서 우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몇년 전에 ㅁ의 결혼 때에는 찻집에서 만났었다. "만약 뇌에 총을 맞아도 사람은 사랑을 몇년씩 할 수는 없어". 놀랐다. 신혼인 사람이 말하기엔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큰 변화를 맞음에도 그의 그런 면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ㅁ은 사고가 유연하고 주장이 확실했다. 그 와중에서도 그의 관점에는 내적 일관성이 있었다. ㅁ과의 대화에서는 한 문장안에서도 모순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그가 오랜시간 그대로였으면 좋겠다.